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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개 장발
황선미 지음 / 이마주 / 2019년 3월
평점 :
개를 키워 본 적이 없다.
개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동물도 우리와 같은 지구별에 살고 있고, 그들의 목숨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그 목숨이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는 행동은 말이 안 된다.
네팔에서 살 때 밤만 되면 개들이 그렇게 짖어대고 서로 싸웠다.
그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에 꼭 들어가곤 했다.
밤에 힘을 모두 소진한 개들은 낮에 다들 널브러져서 잔다.
가끔 힘이 남아 있는 개들이 사람을 쫓아다니는 걸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가게 무섭다.
개한테 물린 적도 없고, 가까이 둬 본 적도 없는데 개가 무섭다.
밥 주고 보살펴 주는 그 개 주인들이 하는 흔한 말.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인지도 모른다.
개 목줄도 안 하고, 똥도 안 치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를 키우는 사람과 그 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더해져서 일 수도 있다.
그렇게 무서운 개를 매일 수십 마리를 보면서 아주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는 개와 사람이 서로 집을 나눠서 사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싶었지만 자꾸 그 말을 되뇌어보니 이 지구에 사람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어쩌면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인 것 같다.
푸른 개 장발은 우리와 가까운 개와 사람 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우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꼭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지만 달리 말할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장발이는 목청 씨가 키우는 개다.
목청 씨는 개를 키워 어미는 두고, 새끼들은 개 장수에게 판다.
장발이는 어미와 형제, 새끼를 모두 잃은 경험을 한다.
그들을 지키기엔 힘이 부족했다.
목청 씨를 마음껏 미워하고 싶었는데 또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달팽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목청 씨와 장발이. 그리고 장발이의 어미와 형제들, 새끼들이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이 왜, 그런 곳이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푸른 개 장발>이 작가의 담장 너머 무엇이라면 나에게 그 무엇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려 한다.
우정 아닌 우정을 나눈 늙은 고양이와 시누이 닭, 까맣고 예쁜 고리까지.
참 가슴 아프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내 공간과 내 사람들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