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에 이어 조정래 선생의 <아리랑>이 100쇄를 넘겼다는 기사를 봤다.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 작품이 그 경이에 값할 만한 것인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리랑>을 읽으며 그 징글맞게 흡착된 민족주의에 나는 역겨움을 느꼈었다.
물론 이야기의 덩어리는 재미있다. 그래서 그 막대한 분량의 책을 파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내 티미한 눈길에 그러한 역사관이 담긴 책이 100쇄를 넘길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요코 이야기>에 분노하고 성토하는 이들과 <아리랑>에 환호하는 이들을 포개는 내가 싸가지없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며느리를 들이는 자리에서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 10권을 안기며
원고지에 필사를 하라고 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차피 니가 내 인세로 평생을 먹고살텐데 이 분량을 원고지에 쓰는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알라 하면서.
그 며느리가 그걸 쓰면서 시아버님께 감사함을 느꼈는지, 징글맞은 노친네라고 저주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시키는 인간도 참 경이롭지만, 그런 짓을 시켰노라 자기 글에 떡하니
써놓았다는 데서 다시 한 번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