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야 - 전2권 세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그래, 이것이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령이 아닐까.
제비의 저공비행처럼 미끈하게 날아들어 먹이를 낚아채듯 시대를 포착하는 소설.
*모두들 이 작품에는 <백야행>의 흔적, 또는 그 속편적 성격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역자후기에서도 지적해놓았듯이 문체에서의 차이는 인물 심리묘사의 유무.
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경제부흥을 거쳐 버블, 그 이후까지를 다루는 백야행에서는
인물의 심리묘사 없이 그 외면에 대한 다각적인 풍경묘사를 통해 시대를 종주한다.
그렇게 건조한 문체가 외려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환야는 직접적으로 인물의 심리가 드러난다. 왜일까?
이 소설이 고베 대지진으로 시작하여 옴진리교 사건 직후에 도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 점이
어쩌면 힌트가 아닐까.
느닷없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물적 토대가 완전히 파괴되는 미증유의 경험,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이 집단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끔찍한 위협.
이런 상황에서 무미건조하게 외면을 다룰 수 있을까.
현실이란 토대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발적으로 모든 조건을 뒤틀어버리는 데,
내 옆의 평범한 장삼이사의 속내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데.
그런 시대적 경험에서 인물 내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써놓고 보니 당치도 않는 듯한 추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