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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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스를 보다, 어떤 사람이 햄 샌드위치를 액자에 넣어 미술관에 몰래 걸어두었더니 사람들이 감상하고 간다는 내용을 보았다. 이를 보자마자 바로 『예술은 죽었다』가 생각났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우리와 멀어지고, 예술이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일까?


  『예술은 죽었다』는 원앤제이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한 예술 기획자이자 작가인 박원재가 쓴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 "예술은 죽었다"를 선언하며 그 이유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변화와 예술계 내부의 변화가 맞물려 일어난 현상'(20쪽)이라고 말한다. 예술이 죽은 이유를 일본의 버블경제나 예술계의 엘리트주의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예술계를 잘 모르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니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었다.

  도서의 전체적인 구조에서도 독자를 잘 설득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예술이 죽은 이유를 보다보면, "그래서 예술이 뭔데?"라는 질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때 2부에서 예술이 어떤 존재인지 저자의 해설과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예술은 본디 삶이었고, 삶의 무기이자 목적이었으며, 몸으로부터 시작된 것'(80쪽)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소챕터마다 예술을 정의한다는 점이다. 예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말하며 그에 걸맞는 작품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니, 저자의 주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예술이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에 "그래서 왜?"라는 생각이 들자, 저자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 이유를 설명한다. "삶과 얽힌 예술은 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집단적 공감으로 확장한다"(179쪽)고 말하며 러끄릿 띠리와닛의 음식 나눔이나 알바로 배링턴의 작업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2부를 읽다보면 "예술이 감상의 대상만 해당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을 땐 '3부 일상으로 돌아온 예술'에서 그 해답을 건냈다. 예술이 작품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의 순간순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 게 모두 예술이라면, 예술은 일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하자 '삶에서 출발하되 삶을 넘어서게 만드는 것'(220쪽)이 예술이라고 한다. 마치 철학자들이 모든 반론을 고려해 엄청나게 긴 논증을 펼치듯이 내가 의문을 품은 것들이 모두 간파당해 답변을 받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만큼 저자가 예술이 살아나길 깊이 원하고 있다고 느꼈다.

  좋은 전시를 설명하며 체험형 전시나 관람자가 예술의 일부가 되는 사례를 말하자, 작년에 방문했던 미구엘 슈벨리에의 <디지털 뷰티 시즌 2> 전시가 생각났다. 



  전시 대부분이 인터렉티브 작품이었고 개중에는 로봇이 작품을 현장에서 만들기도 했다. 내가 작품의 일부가 되어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는 점이 인상적이고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는 '작가와 관람자가 함께 열어가는 시간의 일부'(245쪽)였기에 내가 소유한 작품, 예술이 아닌 시간의 일부로 남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은 전인류가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이나, 다소 서구적인 관점에서 서술이 진행된 점은 아쉬웠다. 예술의 역사를 서술하다보면 주류의 시선에서 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저자는 예술이 죽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죽은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불사조처럼 형태와 모습이 다를지언정 우리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 살아갈 것이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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