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기술
최정환 지음 / 아라크네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무주택자가 대상인 책이라 제목은 저렇게 썼지만, 원래 주식도 자기돈 10만원이라도 밀어넣고 나야 진짜로 관심이 생겨 공부하게 되는 것처럼(정말 그랬다. 모의투자 백날 해봐야 실전엔 안 먹혔다-_-;;), 나 역시 내 돈을 밀어넣어 집을 사고 난 연후에야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묻지마 투자자, 부화뇌동 투자자였던 것이다.

주식으로 소소히 까먹다가 안되겠다 싶어 전문가에게 맡긴답시고 했던 뮤추얼펀드가 그해 주가지수 1000에서 500으로 급전직하, 피같은 돈 1200만원을 날려먹고 의기소침해있던 내게 엄마가 '그럼 차라리 나머지 돈은 부동산에 묶어놓을래? 최소한 집은 남잖아'라고 하셔서 그냥 엄마말 따라 전세와 융자 안고 덜컥 산 집이 속칭 강남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였고, 매수 타이밍이 좋았던 덕에(2001년 3월) 지금까지 수억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그 때 나와 모은돈이 비슷했고 주식에 능력이 있어 제법 돈을 따던 친구는 그대로 주식을 고집, 지금까지 손해는 안 봤으되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보면 그 때 주식에서 피를 본 것이 새옹지마였던 셈이지만, 사실 무식이 용감이라고 나의 성공은 오로지 운이었다. 실은 엄마도 주워들은 정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뒷발에 쥐잡기라도 집이 생기고 놀랍게도 바로 다음달부터 오르기 시작하자 흥미를 가진 나는 경제신문을 보기 시작했고 부동산 섹션을 관심있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조금만 더 안목이 있었다면 같은 돈으로 '재건축의 왕중왕' 도곡주공을 살수도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대지지분이니 용적률이니 하는 것도 그때서야 배웠다.

저렇게 무식했는데도 성공했으니 나는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번은 요행이 따라줬지만 그 다음에도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한번 성공으로 자만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부동산 책들을 조금씩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수준은 아니다. 이미 집은 마련했고 더 투자할 돈도 없다보니 큰 의욕이 일어나지 않는달까. 그래서 부동산에 발가락을 담근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직 별처럼 무수한 초보 투자자일 뿐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딱 적당했다. 적당히 관심있고 적당히 주워들은 건 있지만 적당히 지식이 없는 수준의 부동산 독자에게 매우 흥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는 뜻이다. 기존의 내 지식과 대충 비교해보면서 수정도 하고 추가도 하고 이건 내가 아는 게 맞았구나 고개도 끄덕여가며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내렸다. 무주택자건 유주택자건 아직 초입 부근에 머무르는 투자자라면 읽어볼만하다 하겠다.

이 책은 '아파트'라는 만백성의 투자대상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실전 예를 많이 들고 있어서, 즉 넓으면서도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다 아는 얘기라도 귀에 잘 들어오게 설명하는 재주도 있다. 특히 자기가 관심있는 동네 이름이 나온다면 더욱 재미있을 듯. (가령 일원본동 아파트 얘기는 나도 가본적이 있어 그 동네가 얼마나 좋은지 알기 때문에 더욱 초롱초롱하게 읽었지만 안 가봐서 상상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그냥 무심히 흘려 읽을지도)

와닿았던 부분은 많았지만 앞부분의 '집 설움 겪어본 사람이 집을 일찍 장만한다'라는 부분은 특히 공감이 갔다. 집 설움을 겪지 않는 사람, 간단히 말해 배부른 사람은 먹이를 찾는 눈이 날카롭기 어렵고, 그러다 배고파지면 당황하게 되지만 배고픈 사람은 미리미리 날카로운 눈으로 먹이를 찾게 된다는 진리는 비단 부동산 시장에만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친구와의 새옹지마를 지켜보며 몸으로 체득한 진리다)

아직 부동산 입문서가 없는 사람이라면 한권 사서 곁에 둘만한 책이다. 각오를 다지기에도 좋고 원리원칙을 실전과 잘 융합해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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