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퀄리티의 학습 아동 만화

리어왕 - 셰익스피어 명작 만화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영희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3년 5월

E마트 들렀다가 우연히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해서 놀랐습니다. 사실 최근에 유행인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느 신문에도 났다시피 성인이 보기에는 퀄리티가 떨어지잖아요? (더 솔직히 말하면 내 자식(만약 생긴다면) 읽히기에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림도 컬러도 콘티도 연출도 수준이 떨어지던데 왜 히트인 것인지... 아동만화 시장은 전통적인 만화 시장의 품질논리와는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것인가???)

일단 장편 시리즈 '마스카'로 증명된 발군의 연출력이 여기서도 엿보여서 좋았습니다. 이런 대작을 이렇게 압축하다보면 무리가 생기기 쉬운데, 상당히 훌륭하게 압축과 연출이 이루어져 있더군요. 특히나 김영희 씨의 특기인 여인의 우는 모습--이분이 그린 우는 여자는 굉장히 찡하죠 ^^--이 뛰어난 컬러링에 어우러지니까 무척 예뻤습니다.

말 나온김에, 컬러 맡으신 분도 실력가이신 모양이더군요. 컴으로 수채화풍의 컬러를 내셨는데 전반적인 색깔 선택이며 붓(?)놀림 솜씨가 뛰어나서 보면서도 몰입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여기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촌티나는 컬러라니-_-;)

마스카의 어느 권에선가 '김영희의 특기는 러브러브라는 기자의 말이 있었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과연 비극적 러브스토리와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기둥인 리어왕과 김영희는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 개인적 바람이라면 김영희 작가가 앞으로도 종종 여자가 다글다글 나오면서 러브스토리+비극(그래야 예쁘게 우는 여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인 세계명작 아동 학습만화 시장에 외도하시어 그 시장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기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연히 E마트에서 참 좋은 책 구경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