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2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매트릭스]의 총알 발레가 아무리 신기하고 멋있어도 100분 내내 난무하면 관객은 몸을 비틀게 된다. 그런 장면은 적어야 효과적이다.'

2권의 첫 감상이 바로 그랬습니다. 일부 실험적 사진('고맙습니다' '망할놈' 두 말을 동시에 보여준 물의 결정 같은 것)은 흥미로웠지만, 전반적으로 1권과 비슷할 수밖에 없는 사진들이다보니 아무래도 좀 식상하더군요. 글도 마찬가지였구요. 아예 화끈하게 '치유력 발군인 물 만들기' 같은 비법이 있어서 저같은 속인들 눈을 확 트이게 해주던가요. 실제로 1권을 보고 물병마다 '사랑 감사'를 써붙이고 기도도 열심히 했건만 뭔가 건강이 좋아진다던가 하는 건 못 느꼈거든요. 그리고, '사랑·감사' '감사합니다' 사진은 있어도 '사랑합니다'만을 보여준 사진은 이번에도 없더군요. 내내 사랑 얘기를 해놓고 정작 그 사진을 안 보여주면 좀 허탈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계속 떠오르는 사진이 있더군요. 그것은 '완료형의 말로 칭찬해준 결정이 더 예쁘다'는 것과, '500명의 기도를 받은 물의 결정 사진'이었습니다.

먼저 '힘내' '예뻐졌네'라는 격려어-현재부정어-보다 '참 예쁘다' '참 잘 됐다'라는 완결어-현재긍정어-의 결정이 더 아름답다는 사진. 그 때 떠오른 것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이영도)'의 한 단락이었습니다.

'(전략)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는 순간 그 자는 자기 부정에 빠지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완성하려면, 그것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이어야 하니까요.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는 순간 그 자의 인생은 완성되지 못한 것, 부족한 것, 불결한 것, 경멸할 만한 것으로 전락됩니다. 이 멋지고 신성한 생이 원칙적으로 죄를 가진 것이라는 판결을 받게 되는 거지요. (후략)'

그러고 보면 성공학 책들도 '지금 완성된 것처럼 말하라'고들 하죠. '나는 합격할 수 있다'보다는 '나는 XX학교 학생이다'가 좋다고요. 그러자 1권 때의 기도 방식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어쩌면 나는 자신을 긍정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결정적으로 '500명의 기도를 받은 물의 결정' 사진─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에서 '감사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기도했다는 구절을 보며, 나는 어쩌면 조급함으로 가득 찬 기도를 했던 것은 아닐까, 1권의 '구름 없애기 실험'에서 '너무 간절히 바라면 오히려 실패한다'고 했는데 그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서 기도했던 게 아닐까 하는, 예전엔 몰랐던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의 기도·명상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물'로 방향을 바꿔보기로요. 떠놓은 물에 대고 비는 게 아니라 내 몸속의 물에 대고 사랑과 감사의 말을 떠올리며 명상하는 것이었죠. 머릿속으로는 이 책들에서 본 '500명 기도 결정'을 주로 떠올렸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갑자기 안경을 벗거나 피부가 비단결이 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외부의 정화수에 대고 간절히 '사랑''감사'를 읊으며 빌 때는 맛보지 못했던 평화로움이 몸을 채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 '감사' 같은 말 자체가 갖는 힘이 있다더니 정말 그런지, 그냥 그런 단어만 자주 떠올린 것뿐인데도 제가 거울로 보기에도 얼굴이 더 평안해진 것 같았습니다. 1주일만에 본 친구도 '너 되게 편안하고 좋아 보인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도 아닌데도요. 정말로 내 몸속의 물이 반응한 걸까요?

...그래서, 결국 2권도 사고 말았습니다. 이 때 얻은 깨달음을 형태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그리고 '500명 결정'은 정말로 아름다웠거든요. 하나라도 확실히 건질 게 있다면 그 책은 가치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리고 그 사진을 소유한 지금, 충분히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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