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간에 그런 구절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는 우리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문화라고. 그래서 더욱 많은 것을 바라고 손에 넣도록 강요하다가 중요한 것을 잃게 만드는 문화라고.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힘차게' 살아가도록 내몰린다. 중간에 멈춰서서 자신의 도끼날을 갈 여유도 없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없다.

죽어가는 자신을 연구 거리로 내놓은 모리 교수는, 그런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결국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확실히,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는데. 지나간 과거는 내가 아무리 애써도 바꿀 수 없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반감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모리 교수는 루게릭 병이라는 엄청난 치료비가 드는 병을 감당할 재력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 부는 그가 여지껏 교수로서 노력하여 쌓아올린 실적의 대가이고, 병원비를 충당한 선인세 역시 그의 인품됨이 책으로 나올만큼의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평생을 가치있게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똑같이 루게릭병에 걸렸더라도 집 한 채 없는 홈리스도 있다. 만약 그가 집을 소유한 중산층이 아니라 셋방에서 근근히 월세 내며 사는 가난한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치료받다 방세를 못 내 길거리에 쫓겨날 지경이었다면, 그래도 '물질은 중요하지 않다'고 설파할 수 있었을까? 모리 교수쯤 되는 탁월한 사람만이 이런 병마에 맞닥뜨리고도 여유를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돈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생존이 해결되어 그 다음 단계를 추구하는 중산층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무소유를 설파하는 법정스님조차도 한해 인세가 2억인 상황에서 모리 교수만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리라. 책이라는 것 자체가 먹고 사는 건 어느정도 해결된 사람이 집어드는 물건이니까.

그런 독자층을 놓고 본다면,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앞서도 언급했던 문화론,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성찰, 스스로를 사랑하고 남보다 먼저 용서하는 것... 누구나 저지르는 실수이고 모리 교수도 저질렀던 실수들을 통한 교훈을,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읽을 당시의 기분에 꽤 좌우되는 책이었다. 비참한 서민들의 삶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보면 짜증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여운이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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