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의 있습니다
배금자 지음 / 문예당 / 1995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 자 한국일보에 이런 칼럼이 있었다. 법은 그저 보수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딸에게 아버지가 헌법개론서를 주면서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다치는 것은 그런 힘없는 사람들이다. 법은 최후의 수호처이다'라고.
물론 법이란 아직은 기득권을 위한 보호막인 경우가 많다고 외치는 젊은 딸의 심정도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나마 그런 법조차 없으면, 그 기득권이 약자들에게 휘두르는 칼은 더더욱 가차없고 매서워질 것이라는 그 아버지의 말씀에도 나는 무릎을 친다.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이 책을 떠올렸다. 읽은지 벌써 7년도 넘어가지만 여전히 지금 읽어도 현재형으로 다가오는 책, 지금 읽어도 저자의 힘과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책으로 말이다. 어려운 사람이 찾아오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명판관이 되겠다던 소녀 배금자, 하지만 판사라는 직업은 결국 찾아오는 자만을 수동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것을 깨닫고 더 넓은 바다로, 더 능동적인 바다로 헤쳐나간 자유인 배금자.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와 지금도 싸우고 있는 변호인 배금자의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굳이 법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꿈을 세우고 더 큰 꿈을 위해 현재의 기득권을 미련없이 걷어찰 수 있는 배금자 씨의 용기를, 젊은 이상을 꿈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7년이 지나도 7년 전과 다름없는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이기에. 그리고, 이 책을 낸 지 7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간간히 실리는 신문 기사에서, 여전히 인권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의 변함없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