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 정다운네 만화 홈페이지
홍승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어쩌다보니 비빔툰 2권부터 보게 됐다. 1권은 뒤늦게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그리고 1권을 결국 끝까지 읽지 못하고 대충만 읽고 덮은 지금, 나는 참 씁쓸한 기분이다.뭐, 책이 흑백이라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초기에 나온 책이라는 걸 감안해서 넘어간다 치자.문제는 내용이었다.아직 어눌한 그림체도, 어눌한 스토리 전개 방식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이 비빔툰 '1권'은, 읽으면서 무척 불편했다.

읽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계속해서 느껴지는 가부장적 보수주의. 분명 3권쯤에서 보이는 정보통의 진화된(?) 모습과는 괴리가 있고 간격이 있었다. 이 1권의 정보통은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별 생각 없는 평범한 남자', 즉 '일상적인 보수주의'에 절어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집안일을 많이 돕지는 못해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던 뒷부분의 정보통을 보며 '이정도면 (노력하는 마음만으로도) 1등 신랑감이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나는, 1권의 정보통을 보고 정말이지 기겁했다. 똑같이 집안일을 하는 아내의 힘들어함을 바라보는 시선이 뒷권과는 달랐다. 이때의 정보통은 '그건 그저 아내의 몫'이라는 경향이 강하다. 그는 아직 평범한 한국 남자에 지나지 않았다. '저건 아내몫'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그 일.상.적.이지만 지독하게 자기편의주의인, 그 시선 말이다.

정리하자면, 뒷권의 정보통은 아내와 한몸이 되려는 노력가였다. 아직 미흡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역지사지를 생각하는, 실천가였다.하지만 1권의 정보통은 아내와 자신을 분리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아내의 일은 자기의 일이 아닌, '돕는 일'-즉 남의 일이었다. 뒷권의 정보통은 생활속의 인물이었지만 1권의 정보통은 아직 만화속의 인물이었던 것이다.뒷권을 먼저 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했던 나로서는 이 1권의 이야기방식을 끝까지 견디지 못하고 결국 책을 덮고 말았다. (똑같이 애낳는 이야기인데, 겨운이 낳을 때와 다운이 낳을 때의 정보통의 자세가 왜 이렇게 다르냐고 -_-;)

다행인 건 이것이 1권이라는 것. 즉 뒤로 갈수록 정보통(=작가)의 시선과 자세, 태도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그들은 아직도 보수적이다. (결국 생활미의 직장 이야기가 흐지부지되어버린 것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지금은 애들 크는 얘기가 더 주가 되어버린 탓에 그들의 이야기는 뒤로 밀려서 그 보수성이 드러날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하지만, 부디 작가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주기 바란다. 발전해주기 바란다. (생활미가 직장에 나가면 더 좋으리. 그래서 직장과 가정의 병행에 얽힌 그 애환을 다뤄주면 더 좋겠다) 노력하는, 그래서 진화하는 정보통을 계속해서 보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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