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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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진 말기 바랍니다. 이 책은 내용으로 보면 별 다섯개입니다. 이 책이 양장본일 때는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별 다섯개입니다. 정말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는 책이기 때문에 서평도 아껴 쓰려고 여태까지 기다리다가, 오늘 서점에서 하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하여 이렇게 별 '하나'를 주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책의 외양 때문에!!

내가 서점을 좋아하느냐...고 되짚어보면 스스로도 갸웃갸웃. 스르륵 읽히는 가벼운 책들을 돈 안 들이고 보는 건 좋아하지만, 계속 돌아다니며 책등을 보다 보면 속이 메슥거리며 멀미가 나기 때문입니다(...나만 그런 걸까;). 특히 오늘같이 먹은 것이 얹힌 날은 최악;; 그 와중에 오늘의 서점 나들이를 한층 상큼(우웩)하게 해 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서재 결혼시키기> 보급판.

...처음 보고 ‘저게 뭐꼬?’ 했습니다.
표지를 보고 기겁했습니다.
책등을 보고 힉겁했습니다.
속지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커억.

그동안 <개미> 양장본을 보고 신나게 비웃어왔었는데(이 책은 페이퍼백 디자인을 양장본에 그냥 갖다 쓰는 바람에, 양장과 디자인이 언밸런스하게 된 사례임) 이 책을 보고 확실한 결론을 맺었습니다.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에 맞는 디자인은 따로 있는 것이야!!!!!

세상에. 하드커버로 봤을 땐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책이, 페이퍼백이 되니까 저토록 구질구질하고 추레해 보일 줄이야. 한가운데 새로 생긴 저 퍼러딩딩한 그림은 또 뭐냐. 보색 대비라도 노린 것이냐!!! 가장 압권인 것은 책등! 저런 책등을 페이퍼백에 쓰지 말앗! 초라함 2000%란 말이닷! 저런 책등은 하드커버에나 어울려!! 출판사,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망측한 짓을 한 것이냐! 만들어진 책을 보고도 너희가 정녕 그 책을 시중에 풀 생각을 했느냐!

거기다 가일층 화사한 타격을 안긴 것은 속지. ...오냐, 너희가 니어링의 추종자가 되고파서 속지를 갱지(재생지나 갱지나...)를 썼단 말이지. 그런데 말이다, 책값 9800원이 웬 말이냐? 갱지 주제에 책값 9800원이 웬 말이냔 말이닷!!!

물론 일설에는 재생지가 모조지보다 비싸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봉순이 언니’와 달리 재생지라는 언급도 없다. 정말 갱지인지 알게 뭐냐! (그래서 봉순이 언니와 비교해본 결과, 종이질은 같긴 하더군.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책값이 6천원이다!! 페이지 수는 둘다 비슷하고.)

게다가 이 출판사. 책을 읽어본 것인가? 앤 패디먼은 헬렌 니어링이 아니다. 책을 읽어봐라, 저자가 펭귄 페이퍼백의 세월풍상에 실망하여 하드백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헌데 어째 책의 장정은 책 내용과 거꾸로 가는 것이지?

환상의 표지, 환상의 종이, 환상의 가격. 그래갖고 책이 잘 팔리길 기대했느냐?! 차라리 예전의 (비싼) 책을 도로 팔아랏!! 어차피 이런 매니악한 책을 살 독자라면 누구나 2천원 더 주고 예전 책을 살 것이다!

기가 막혀서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예스24에서는 ‘보급판’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었고(...9800원짜리 보.급.판;;) 알라딘에는 ‘반양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가 양장이냐? 저 종이홑껍데기를?) 나와 있군요. 그리고 알라딘에서는 하드커버가 절판처리 되어 있었고, 더 기가 막힌 것은 동 출판사의 새 책--천재 부부들의 빛과 그림자--파는 데 이 허접화한 불쌍한 책을 끼워준다는 것.

......출판사의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좋은 책이 사장되는 것이 아까워서 사장이 벌인 이벤트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아예 앗쌀하게 진짜 보급판(가격도 저렴하고 사이즈도 작은)을 내던가. 저 애매모호함이라니....;;;;

아무튼 저무튼 간에, 알라딘에 나와있는대로 양장본이 절판됐다면, 정말 충격이 큽니다. 저 가당치도 않은 보/급/판 때려치고 양장본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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