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 1 - 한국만화 명작선
유시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마니란 만화를 처음 본 것은 그것이 연재된 당시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8년전쯤... 아니 6년 전쯤인가, 하여간 잡지 연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땐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고, 그래서 단행본 나와서 샀었고... 세월에 밀려 책장이 꽉 차자 정리했던 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오랜만에 서점 가니 하드커버로 나와 있더군요. 이미 몇년전에 정리했던 책이라는 점 때문에 망설였지만, 책이란 내용뿐만 아니라 그 외양 역시 책을 이루는 일부라는 신념(...단지 책모양 밝힘증이라고도 하지요;;)에 따라, 아름다운 외형에 끌려 책을 샀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본 '마니'는...... 확실히, 예쁜 책 밝힘증인 저로서는 갖고 있을만한 책이고, 내용도 나쁘진 않지만... 간단히 말해서 '마니'라는 만화는, 저에게 있어서는
'세월을 타는' 만화였습니다.

굉장히 직설적인 화법, 도입부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본편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첫단편들. (뭐, 마니와 해루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장치였다는 건 알지만) 아아, 정정할까요. 도입부의 단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서술된 방식이 세련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아직 작가가 미숙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상황보다는 직접적인 설명에 의존해서 내용을 이끌어가더군요. 스토리텔링의 미숙성이 두드러져보였습니다. 하긴, 그건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된 뒤에도 마찬가지였고요.

한마디로 말해서, 어렸을 때 본 마징가제트를 20년 흘러서 보니 '환상 깼다' 라는 느낌. 그런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림의 딱딱함...이야 뭐, 옛날보다 더 두드러져보이긴 합니다만 원래도 그림 때문에 보던 작가는 아니었으니 그렇다 치지만, 내용이 세월을 탔다는 것에는 좀 놀랐습니다. 재미를 떠나서 '미숙'해 보일줄은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뭐... 책이 예쁘니, 갖고는 있겠죠. 내용도, 모두가 찬탄하는 소재의 신선함과 더불어 재미도 있으니까. 하지만... 좀 아쉽습니다. 환상 깨진 느낌. 좀 서글프군요.

PS : 알 수가 없는 것은, 그 전작인 단편 3부작 두개는 오히려 그런 스토리텔링의 미숙성--직접적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8년전 단편선은 지금도 제 서가에 꽂혀 있고, 그것들은 지금 봐도 멋진데.... 그래서 마니도 다시 살 생각을 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역시 그 옛날, 책장 대정리 당시 단편선을 놔두고 마니를 처분했던 건 단지 분량-1권 대 4권-을 떠나서도 이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PS 2 : 으음... 보다 솔직히 말해본다. 이 만화의 소재가 처용 설화라는, 그 발상이 놀랍도록 신선한데다가 한국적이기까지 한 것이 아니었다면 평가가 어떠했을까.... 예를 들어 요새 유행해 마지않는 판타지류의 화이트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 블랙 드래곤과 그 시동 마법사의 싸움이었다면 말이다. 그래도 평가가 지금 같았을까.

물론 소재만 따로 떼어 존재하는 작품은 없다. 소재는 분명 작품의 일부이며 대단한 매력이다. 하지만 소재의 매력을 제하고 본 내용 자체의 구성이라든가 연출력 등은... 글쎄;;; '한국만화 명작선'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하드커버씩이나 씌워져서 나온 그 첫번째 영예의 작품이 되기엔, 아무래도 미흡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

단적인 예로, 작가가 여의주와 마력의 관계 등을 설명할 때, 작품 중에 설정 설명을 잘 녹이지 못하고 계속 끼여들어 설명을 한다. 나레이션으로서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작가가' '끼여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어떤 방식인지는 작품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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