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나온지도 어언 10년이다. 오랜만에 다시 집은 이 책을 보며, 새삼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이 나아지긴 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 나타나 있는 현실과 오늘날 우리 여성들의 현실이 그리 진보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초판의 추천사가 마음에 드는데 재판에는 그것이 없어서 좀 아쉽다. 그 추천사 중 인상적인 구절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우리가 아주 당연시 여기는 평범한 일상이, 여성을 하나 하나 포박하고 박탈해가는 기제로서 작용하는 것을 치밀하게 그려냈다고... 맞는 말이다. 사실, 폭력남편이나 주사 남편들과 같은 극단적인 예를 제외하면 이혼은 그리 대단한 일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일상의 가장 작은 것들이 모여 견딜수 없게 되어, 그리하여 산처럼 쌓여서 일어나는 것이 이혼이라 들었다. 비단 이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미시적인 사소한 일들이 쌓여 어느덧 철문보다도 견고한 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섬뜩한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일상이 내게서 빼앗아가는 것... 결혼의 일상이라는 것이 여성을 함몰시켜가는 과정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나역시 저 속에 편입되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름을 불러일으킨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건 꼭 결혼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혜완이 선우와 결혼한다면 멋진 결합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다 해서 혜완이 갑자기 홀로서기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결혼과 홀로서기를 병행하는 삶을 그려낼 수 있다면 더 멋지겠지. 하지만... 선우같은 남자가 드물다는 것이 세상의 비극이다. 쩝.

결혼의 환상을 깨어주는 텍스트. 10년이 지나도록 이 책이 유효하다는 것은, 이 책의 미덕이자 세상의 비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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