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되는 법
진산 지음 / 부키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의 글을 접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이 글을 읽고, 거기에 달린 수많은 생생한 남녀의 리플들도 볼 수 있었다.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고, 남자들의 '이런 사도(邪道)가 널리 퍼지면 안된다'는, 반 비명 반 웃음의 자지러지는 절규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미덕은, 누구나 편히 볼 수 있는 글로서 남녀평등의 심오한 도를 설명했다는 데 있다. 가령 일부 여성학 책들에서는 지나치게 한쪽의 입장만 부각하거나, 글의 톤이 강해서 거부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책은 정말이지, 낄낄 깔깔 웃으면서 읽다보면 순식간에 한 권이 후딱 지나가면서도, 그 속에서 놓치지 않고 평등한 부부의 길이 어떤 것인지(..아, 평등하진 않나. 한쪽은 마님 한쪽은 삼돌이이니)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비법은, 마님의 도 마도는, 범인이 따라하긴 어려운 듯. (무엇보다도 남자보다 더러워야 한다는 건...... 책에도 나왔듯이 상당한 극기를 요할 듯 한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해야 하려니...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출판사의 선전문구인 '여자들에게는 희대의 비서, 남자들에게는 희대의 금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명작. 예비신랑신부와 초보부부들의 집에 꼭 한권씩 있어야 할 책이다. ^^

PS : 혹자는 이 책이 가볍다, 결국 자기 신변잡기 위주 글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책에는 작가의 독특한 향기가 살아있어서 좋다. 가령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같은 진짜 삶의 고뇌가 진득하게 우러나오는 체험수기집의 경우. 읽으면서 암담 참혹 끔찍... 물론 현실을 직시할수 있는 장점도 있고 그런 여성들의 삶을 함께 안타까워하는 공유체험도 할 수 있지만... 나는 그 책, 두번 읽게는 안 되었다. 아니, 두번은 읽었는데 세번 읽게는 안 되었다. (결혼한 뒤라면 또 모른다)

세상에는 하많은 결혼체험수기가 있고 기혼녀 생활수기가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책의 저자만큼 맛깔스러운, 유쾌하고 독특한 향기가 나는 수기가 그리 흔할까. 결혼은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고뇌의 개미지옥만이 아니고, 이 저자처럼 얼마든지 살맛나게 가꿀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삼돌이 길들이기, 친정 부모 등치기, 자식 뻐꾸기 만들기... 그런 것들을 이토록 감칠맛나게 서술한 수기라니. (과연 그래서 소설가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보다 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책이 좀 얇은 감은 있지만 그건 출판사 상술이고, 내용만 놓고 볼 때 난 이 책이 좋다. 읽을 때마다 감칠맛이 새록새록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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