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처음 그 책을 집어들었을 땐 별다른 감흥은 오지 않았었다. 아, 이 여자는 이런 식으로 신앙을 찾았나보다, 그냥 그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희한한 동물인가 보다. 상황이 바뀌니 책이 주는 감흥조차 바뀐 것이다.

지금... 혼자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나 개인의 고독한 상황에서 이 책은 굉장한 위안을 주고 있다. 어쩜 이렇게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을 치는지... 물론 난 아직 그녀만큼 세상에 치인 건 아닌지(살아온 세월이 10년도 더 차이나지 않는가) 아직 종교에 귀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내가 온전히 창조론에 귀의하려면 누군가 내게 마빈 해리스의 [식인과 제왕]을 화끈하게 깨뜨릴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그가 종교에 귀의할 수밖에 없었던 막막함은 절실히 공감되어왔다. 그리고 그녀 특유의 작고 조곤조곤한 목소리... 힘들 때의 내게, 지금 몇 달 째 얼마만한 위안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괴로울 때, 자신 스스로를 들들 들볶는 지옥 속에 있어본 사람들이 진정으로 공감하고 그 메시지 하나하나를 되새기고 그리고 위안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행복도 자격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그녀 말마따나, '자격 있는 자'만이 같이 울 수 있는 책... 내가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것은, 괴롭기 전의 작년의 나는 이 책을 읽고 아무런 감흥 없이 넘겼기 때문이다. 자신을 마주보고 절망하는 이들에게 꼭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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