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칼 1
안시현 지음 / 다모아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에 통신에 연재되었을 때, 주인공은 산길 안내인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길안내를 의뢰해온 특이한 여성 여행자들. 주인공에게는 또한 특이한 검이 있었다. (바로 녹슨칼!)
...이쯤 되면 우리는 주인공을 개깔보는 여성 여행자들의 코를 주인공이 중간쯤 납짝하게 누르는, 이름하여 은거 영웅 스토리를 상상하게 된다. 별볼일 없어보이던 주인공이 알고보니 과거의 영웅이며 힘을 숨기고 있는 히어로라는 스토리는, 우리 모두가 너무나 흔하게 접해오던 이야기이고 또한 매력적인 이야기다. 독자는 은연중에, 무의식중에라도 언젠가는 주인공이 끗발날려주길 기대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은자 영웅 스토리는 주인공이 힘을 언제 드러낼 것인가, 그 호기심 때문에라도 흥미진진하게 보게 되는 것이며, 또한 작가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설정은 흥미를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설정이다. 나는 스파이더맨의 영화가 개봉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절반쯤 들어맞는다. 주인공은 과거의 영웅이 맞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힘이 봉인된 주인공은, 힘을 잃어버렸다는 충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적응 과정 속에서 엄청 비.굴.해졌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대체 힘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작가의 장치인지도 모른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설마.. 하는 심리가, 나, 당신, 우리 독자 모두에게 숨어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덕분에 독자는 끌려가게되고, 나도 중간까지 그 기대를 하며 읽었다. 대체 이놈의 주인공은 언제쯤 힘을 발휘할 것인가. .....지금까지로는, 도무지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칼까지 남에게 줘버렸으니;;)

그러나, 그럼에도 소설 <녹슨칼>은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들을 잘 형상화했으며 '힘을 잃은 주인공'의 과거에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에서 약간의 지루함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흥미와 궁금증을 잃게하는 요소는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괜찮은 판타지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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