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이 좋다
나카무라 우사기 지음, 안수경 옮김 / 사과나무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영국에서 충동구매한 펜디 코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비오는 날 줄줄 새는 샤넬 우산, 티파니의 은자와 은 요요(!), 발렌티노의 변기 커버, 헤르메스의 수백만원짜리 가죽 가방을 망가뜨린 헤르메스의 집게모양 장신구 이야기, 루이뷔통의 (치사한) 상술을 엿볼수 있는 다이어리와 얇은 볼펜 이야기 등등.

또한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 뿐만 아니라, 입욕제를 샀다가 낭패본 이야기, 오럴용 콘돔 실패기, 실리콘 가슴 실패기, 살빠지는 중국 비누 이야기 등등, 쇼핑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사실은 저도 그 살빠지는 중국 비누를 산 적이 있는 사람이라 아주 동병상련을 느꼈습니다. 살이 빠지긴 개뿔이 빠지냐 -_-;;)

위에서 예로 든 헤르메스 가방과 장신구 이야기는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상혼과 여심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가방에 세트랍시고 장신구를 팔아서(그것도 비싼), 그 집게 장신구를 단 까닭에 그냥 내버려뒀으면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이 1년만에 헌것이 되어버린 이야기였는데, 기업의 상술도 웃기고 거기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여심 또한 절절해서(...솔직히, 저도 그 심정을 이해하는지라;; 기왕이면 장신구도 달고 싶죠.. 어차피 비싼 가방 사는 마당이라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글발도 재미있고 아주 경쾌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인생관은 나름대로 생각할만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수천만엔의 돈을 쓰면서, 나라에서 뺏어가는 세금 따위(!)는 휙 연체해버리는. 모두가 꿈꾸지만 하지 못하는 일을 그녀는 거침없이 해내니까요. 그 카타르시스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흠이라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 짧고, 지나치게 가볍게 쓰여졌달까요. 비슷한 예로 김지룡의 <인생 망가져도 고!>라는 책이 있습니다만, 이 책은 글발도 좋지만 하나의 주제를 꽤 길고 진지하게(하지만 포장은 재미있게 해서) 다루는지라, 읽으면서도 단지 실없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이 책은... 확실히 재미는 있지만 좀 실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의 심정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고 하지만, 결국 교훈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행간이 좀 휑한지라 책이 너무 빨리 읽힌다는 아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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