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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바둑왕 1
홋타 유미 글, 오바타 타케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만화의 강점,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특화된 전문 분야를 다루는 일본 만화의 강점은 그 장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흥미를 갖고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구성력에 있을 것이다. 슬램덩크가 그렇게 농구붐을 불러일으켰고 무수한 요리만화가 요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듯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예를 배워 전문 만화들을 내놓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역시 연륜에서 딸린달까. 뛰어난 재미를 갖춘 수작은 아직 드물다는 느낌이다.
이 만화, 고스트 바둑왕 또한 나 같은 완전 바둑맹인 사람조차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놀라운 스토리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 작가가 신인상 공모에서 뽑힌 신인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바타 다케시의 원숙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의 매력도 크겠지만, 이 작품의 힘은 스토리 작가에 있다. (스토리와 그림이 분리된 만화의 경우 비중이 그림 작가에게 더 많이 기울여지는 대개의 경우와 달리 이 만화는 출판사 차원에서 스토리 작가를 굉장히 많이 강조하고 밀어주고 있다는 것에서도 그 점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해서 논했으니 굳이 나까지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보지만, 일단 주인공 히카루의 캐릭터성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가자. 솔직히 이 꼬맹이는 나라면 짜증난다. 내 옆에 이런 놈이 있으면 엉덩이를 엎어놓고 팼을 것이다. 건방지고 저밖에 모르는, 그리고 무지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어린애. 하지만 그 어린애가 어린애 특유의 하룻강아지 무서운 줄 모르는 패기로 여기저기 도전하고 좌충우돌하고, 그럼으로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 점에서도 이 작품은 뛰어나다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