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드래곤 1
한윤섭 지음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심합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출판이 됐다는 뜻은 통신상에서 조회수가 높았다는 것이고, 조회수가 높았다는 것은 인기가 있었다는 것인데...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이런 책이 정녕코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저는 한국 판타지계의 작가들이 아니라 독자들을 욕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대체 왜 출판됐는지. 그리고 출판을 했으면 출판사 쪽에서도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닌지.

문체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문장이 유치한 거야 작가의 역량 부족이니 넘어간다 쳐도(이건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역량 부족의 글을 출판하겠다고 나선 출판사의 죄니까) 시점이 왔다갔다 하는 건 정말...... 앞뒤 문맥이 왔다갔다하는 건 어떻고요.
이 부분은 정말로 출판사의 책무 유기가 큽니다. 출판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차라리 대필 작가라도 붙여줘서 최소한의 문장은 다듬고 출판했어야 옳습니다.

내옹 자체의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카이란이란 레드드래곤이 다섯 드래곤의 협공을 받고 죽기 직전에 워프를 시도하여 현실 세계의 '이백성'이라는 왕따 소년의 몸 속으로 들어갑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뻔한 것은 흔하다는 뜻이니까 넘어가지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집니다.

이놈이 깨어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걸리적거리는 놈은 죄 패버리는 것뿐이더군요. ...네, 좋습니다. 주인공의 활약(...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은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입니다.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건 초반 한두번에 한합니다. 무조건 마주친다->팬다. 이놈은 자동인형인가요? 파블로프의 개입니까?

그리고 한권 내내 팰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숙주인 '이백성' 군은 분명 왕따 소년, 옥상에서 자살할뻔한 소년. 허약체질 소년이었습니다. 카이란은 어디까지나 '영혼'만 넘어온 겁니다.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초인이 되어 지치지도 않고 폭력을 행사하더군요. 지식이 있다고 해서 없던 체력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태권도 교본 다 읽는다고 연습도 안 했는데 발차기에 힘이 실리나요? 아니잖습니까.

아니면 카이란의 영혼이 들어옴으로서 갑자기 체질이 변하기라도 했습니까? 그럼 그렇다고 말이나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이건 독자 서비스니 지루하니의 문제를 떠나서, 최소한의 리얼리티 결여이자 작가의 책무 유기입니다. 최소한의 설정 설명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아, 하긴, 나중에 보니 '이백성'의 몸으로 드래곤으로 둔갑까지 하는 걸 보니, 정말로 체질이 변하긴 했나 봅니다. 와하하하. 그런데 왜 '마법 해제'죠? 언제 인간으로 둔갑했나요? 그냥 인간인 이백성 몸으로 영혼이 들어간 건데 웬 마법 해제? 앞뒤가 안 맞습니다.

문제는 그 외에도 많습니다. 주인공을 쫓아 현실 세계로 넘어온 엘프만 해도 문제가 심각하지요. 대체 무슨 수로 찾아왔답니까? 카이란의 뭔가 강력한 기가 발산되어 그걸 추적해 왔나요? 그럼 그렇게 말씀해 주시죠. '러브러브 파워로 찾아왔다' 한마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독자를 납득시킬 최소의 장치는 마련해 주십시오. 화납니다.

게다가 이 엘프는 현실 세계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 잘 알죠? 사진이라... 사진이라. 판타지세계에 사진기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긴, 있을 수도 있겠죠. 판타지 세계에 뭐는 없을라고요. 하지만 개연성이 없습니다. 이 소설의 판타지 세계란 아무리 봐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이미지의 '판타지 세계'를 상정하고 쓴 것 같은데, 그렇다면 최소한의 상식에 맞춰서 글을 쓰던가, 그걸 뛰어넘고 싶으면 독자들에게 설명은 해줘야 합니다. 그런 건 전혀 없이 그냥 순간 모면을 위한 아이템으로 저런 앞뒤 안 맞는 내용을 남발하면 소설은 소설이 아니게 될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심한 소설. 그것이 이세계 드래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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