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이며 현란한 말장난의 향연, 그러나 좀 과도한.

서랍 속의 어드벤처 1
임주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제목에 다 들어있네요, 감상평;;

말 그대로입니다. 이 책의 매력은 감각적이며 현란한 말장난에 있습니다. 이보다 더 유쾌하고 즐겁게, 톡톡튀게 말장난을 구사하는 작가는 한국 판타지계에 달리 없을 겁니다. 정말 재치있는 현대어를, 그것도 절대로 유치하거나 치졸하지 않게, 재미와 어느 정도의 품격을 갖추어 구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허접한 말장난 판타지들과 단연 대비되며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인 현대인 여고생이 이계에 가서 겪는 그 과정에서의 심리도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요. 이계판타지물 중에서 단연 수작으로 꼽을 만 합니다.

문제는... 1인칭 시점이 갖는 한계랄까요. 일단 모든 묘사가 주인공의 눈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상황 묘사도 그렇게 되는데, 그런 것까지 모조리 주인공의 톡톡 튀는 말장난으로 일관되다 보니, 나중에는 <과도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천천히 보면 모를까, 한꺼번에 몰아 보게 되면 질리고 맙니다. 이 책이 온라인에서 계간 연재라는 극악한 연재 속도를 자랑할 때에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네요. 아무리 주인공의 매력이 톡톡 튀는 현대 감각이라고 하지만, 그 완급을 조절해서 평상적인 서술도 적당히 섞었으면 그 놀라운 말의 감각이 한층 더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굉장히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분명 가능성 있는 멋진 작가이며 차기작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