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케델리아 1
이상규 지음 / 청어람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도 허접한 판타지가 많이 나와서.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 사이케델리아의 허접함은 컬처 쇼크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허접하다는 생각에는 변함 없습니다. 단지 더 허접한 것들이 하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뿐.

미흡하고 모자란 구성, 문장력, 결점은 줄줄이 많았지만 처음에는 나름대로 신선했습니다. 에반겔리온의 이카리 신지 같은 주인공이 우리나라에도 나오는구나 싶었던 거지요. 현실에 짓눌린 소심한 주인공.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힘을 얻자 마음껏 그 힘을 휘두릅니다. 정말 황당하더군요. 호된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호된 시어머니 된다더니 딱 그 짝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그 과도한 자기 연민과 자기 합리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독자를 가르치기까지!!! 이쯤되면 주인공은 극중의 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화신입니다. 아무리 1인칭이라지만 작가가 개입해야 될 어느 한계의 선이 있는데, 이 소설은 작가가 아예 주인공과 합체화해서 독자들을 훈계하려 들더군요.

짜증나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작가)과 스스로를 일체화해서 대리만족의 후련함을 느끼고 열광하는 사람도 많으니... 세상은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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