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자 the Closer 1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새삼 느낀 것은, 무릇 일은 하고 싶은 놈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싫다는 놈에게 억지로 일을 맡기면, 그것도 이렇듯 세상의 목숨을 좌우하는 놈에게 맡기면, 세상은 끝난다. 애당초 소심하고 개인적인 쿤은 능력은 뛰어났을지언정 책임자 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의무감에 짓눌려 정신, 정확히는 감성의 성장이 소년의 수준에서 멈추어버린 고독한 영혼은, 한순간의 붉게 타오르는 빛─샨카를 본 것으로 쉽게 무너져내리고, 서서히 말라가서 마침내는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고 만다. 그래도 책임감으로서 세상을 지키려고 했던 쿤의 시도는 히이사의 거부로 손쉽게 막을 내리고... 세상은 멸망한다. <닫히는> 것이다.

아주 강렬한 인상의 단편. 유시진 특유의 건조하고 메마른 이야기와 정교한 플롯이 일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