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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풀어내는 솜씨는 뛰어나달까, 읽는 재미는 있었기에 끝까지 읽었지만 글쎄. 읽은 뒷맛은 굉장히 불쾌했다. 처음에 나온 부도덕한 부유층과 맨뒤에 나온 희생적 서민 가장 아버지의 대비도 너무 상투적인데다가, 별로 와닿지도 않았다. 부도덕한 부유층이야 그렇다 치고, 중간에 뜬금없이 형이 날아와서 집안 정리 다 해주는 수퍼맨적 결말도 그렇다 치지만, 정말로 뜬금없는 치킨 박의 등장은 대체 뭔가? 지금 농담하나? 지금 70년대 계몽운동 하나?
게다가 그 부유층.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그 며느리는 짜증이었다. 며느리가 짜증이라기보다는 그녀를 그렇게 무능하게 그려내는 작가에 대한 짜증이었다. 그 죽은 남편도 짜증이었다. 저 죽이는줄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피눈물 흘리면 대체 뭐한단 말인가. 버스는 떠났는데. 며느리의 경우, 그 수퍼맨같은 큰오라비가 나타나서 구원해주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죽을뻔하지 않았나. 그녀는 그렇게 무력한가? 세상 여자가 여기 나오는 시어머닛자리를 위시한 악녀와 며느리같은 무능한 여자, 두종류 뿐인가?
하나, 그 수퍼맨 큰오라비의 말은 귀담아들을만 했다.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 세상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라는 것. 그가 그 방법을 잘 휘둘러 부도덕한 부자들을 등쳐먹었을 때야 후련했고, 그 방법은 잘 익혀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한 부분의 감동으로 다른 부분의 짜증을 덮기엔 짜증이 너무 깊고도 짙었다. 왜 이 얘기가 격찬을 받는지 모르겠다. 개연성도 별로 없고, 이야기 구조도 뜬금없고, 나오는 캐릭터는 너무 전형적인데다가 작위적이기까지 해서 현실성도 없는데. 아, 하나 있군. 문체는 뛰어났다. 어쨌거나 끝까지 보게는 만들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