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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 -상
공지영 / 한겨레출판 / 199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소설을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청승'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녀의 소설은 청승맞다. 여자들은 항상 세상으로부터 몰매맞고 걷어차이고 밟힌 끝에, 슬프게 저물어간다. 마치 정인이 그렇게 생각했듯이, '30세 이후 여자의 삶은 한귀퉁이에 놓인 장롱모서리처럼 서서히 부스러져가는 것'인 양. 그러나 그것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은 그녀가 그려내는 그 청승맞은 삶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 <착한여자>의 오정인도, 어김없이 짓밟히고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상처받는다. 어찌보면 바보같아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그래도 이 책은 단순한 청승도, 단순한 한탄도 아니다. 이책의 가치는 대안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착한 여자>를 읽은지 여러해가 되어가지만, 이 책은 아직도 가끔씩 꺼내어 읽곤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끝부분을. 그 햇살이 가득 고이는, 그녀가 일구어낸 땅이 너무나 따스해 보이기에. 숱한 상처를 입은 그녀가 마침내 자신만의 일을 찾아 깊게 패인 웃음을 지을 때, 수많은 여성들이 같이 안도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여주인공이 죽어간 고등어나, 자살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보다 진일보한, 그리고 보다 희망적인 결말이자 현실적인 결말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삶을 가장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따스히 그려나간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