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마법사 1
김종휘 지음 / 청어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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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소설을 접한 것은 친구의 스토리 다이제스트가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리고 표지가 아주아주아주아주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의아해졌습니다. 친구의 간략한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읽을 땐,나름대로 소재나 설정도 특이하고(가령 다원소 드래곤이 되어가는 과정. 보통 머리 일곱 달린 드래곤 괴물이 애초에 돌연변이로 있었다 가 주류이지, 이녀석처럼 다른 드래곤 하트를 집어먹고 괴물(?)이 되었다 라는 설정은 처음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세상을 구하는 용사물이 아닌가 싶어서 흥미진진했던 것인데...

정작 읽어보니 책장이 거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1권 중간을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문제가 뭘까? 왜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들었을 때는 흥미로웠는데 정작 읽으니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것일까. 그러다가 친구로부터, 내가 들은 스토리 다이제스트가 총 1부 3권의 스토리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대충이나마 해답이 나오더군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설정에 비해 내용이 너무 짧았던 겁니다. 전에 이영도님이 하신 말씀이 있지요. 원고지 2천매 분량의 촌철살인은 있어도 원고지 2천매 분량의 스펙터클은 있을 수 없다고. 스펙터클이 스펙터클이 되려면 최소한의 중간, 세부 묘사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가분은 자신의 방대한 설정을 극히 짧은 분량에, 정말로 기본 스토리만 딱 잡고 풀어내어 버리니, 그러니까 지나치게 압축됐달까요. 그러니 그걸 소화해내려는 독자들이 소화불량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3부만 해도, 프롤로그 부분의 설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을 앞에 다 써먹어버리고 이제 뒤에 남은 부분은 5명의 신을 잡아들이는 부분이 된다면... 사실 결말이 뻔하기 때문에 중간 과정이 웬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으면 주의 집중이 잘 안 됩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방식대로 플롯 자체의 흥미보다는 단순한 설정 서술, 스토리 서술 식의 방식으로 끌고나가면, 뭐랄까, 작가분에게 미안하지만 '설정이 아깝다' 라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1부의 경우, 만약 그것을 약 5,6권 정도의 분량으로 풀어서 썼다면 지금보다는 더 쉽게 읽히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전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듣고 꽤 긴 글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명색이 마왕을 쓰러뜨리고 세상을 구하려면 중간에 주인공들이 고생도 하고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

디멘전 패스와 워프의 차이점. 좋습니다. 근데, 그런 식의 설정이라든가 기술 설명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스토리 진행이 1페이지면, 설정 설명도 1페이지. 비율이 좀 너무 잦은 게 아닌지요.스토리가 10페이지에 설정 설명이 1페이지, 이런 정도의 비율은 되어야지 않을까요.

마법 설명은 스토리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래곤 라자에서, 이름도 길고 외우기도 까다로운 '프렌드, 래먼터블 빌레이버먼트'라는 마법이 있습니다. 당연히,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저는 영어에 까막눈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의 약 2페이지에 걸친 '사건 진행'을 보고, 무슨 마법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오크들이 갑자기 토론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한창 긴박하게 암살하러 가는 장면 중간에 딱 멈춰서서는 '프랜드 레먼... 이란 이러이러한 마법이다' 라고 설명하면 얼마나 김새겠습니까.

작가분의 설정은 무척 참신하고, 특이했습니다. 판타지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가 자유로운 상상력이라고 볼 때, 분명 이 작가분에게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설정을 풀어가는 능력을 좀더 길러주셨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결국 '사건'을 보러 소설을 보는 것이지 '설정'을 보러 소설을 보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 설정집을 따로 사서 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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