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티피 드그레 지음, 백선희 옮김, 실비 드그레, 알랭 드그레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아름다운 사진책이었습니다. 티피의 부모가 수천점의 사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만을 골라 간추린 사진집이라더니, 정말로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기가 막힌 사진들로 가득차 있더군요.

표지의 어린 사자와의 사진, 그 외 수많은 코끼리, 거북이, 표범, 부시맨, 뱀, 물로 뛰어드는 사진, 새파란 하늘을 바탕으로 나무와 어우러진 사진, 그 모든 하나하나가 주옥같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집의 매력은 사진뿐만이 아니라 티피의 글에도 있더군요. 티피는 자신이 느낀 아프리카의 매력, 동물들과의 더불어 사는 법을 더할나위없이 진솔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녀에게 갖는 환상, 그녀는 어떤 동물과도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환상이 망상이라는 것이지요.

이 어린 모글리, 티피 역시 낯선 야생동물과의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낯선 코끼리에게 접근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며, 방울뱀은 죽음이라고요.

하지만 그녀는 또한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동물과 대화합니다. 표범 J&B와의 이야기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표범이 어린아이를 먹이로 인식하고 물어뜯었을 때, 모든 인간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을 때 그녀는 분연히 다가서서 표범을 딱 때리고 야단칩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표범은 억울해하면서도 그녀의 말을 순순히 듣지요.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도 이런 식의 단호하고도 따끔한 야단을 이렇게 적절히 쓸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상대가 기분 상하면 어떡하나, 상대가 오히려 더 화내면 어떡하나 하고 이리저리 재게 되지요. 그러나 티피는 다릅니다. '야단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 사나운, 지금 사람을 물어뜯고 있는 표범에게 다가가서 딱 하고 쥐어박습니다. 이때 그녀는 특별한 용기를 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지요. 용기가 아닌 당위.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었습니다.

프랑스로 돌아가서 아프리카를 그리워하는 티피의 글을 읽으며, 저역시 아쉬워집니다. 티피에게는, 아름답고 광활한 대자연의 품이 더 어울리지 않은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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