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무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영화와 만화는 거의 딴 작품이라고 봅니다. 영화에는 이 작품의 스케일과 역사 의식이 깡그리 날아가고 없으니까요. 이 작품의 뼈대가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 사랑의 주위에 깔린 시대와 주위인간들의 관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그 자체로 작품의 튼튼한 기둥이 되어 작품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원말명초의 혼란기에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군웅할거, 이상주의자의 좌절, 선한 자들의 회한, 그리고 결코 놓치지 않는 짓밟히는 민초의 삶. 화약을 지고 불길 속에 뛰어들며 '우리는 살기를 포기하는 거야!'라고 외치는 고려 도공들의 피의 절규는, 정녕 이 책의 백미라 할 것입니다. 지상에서 살 수 없어 '하늘을 오르는 춤(飛天舞)'와 함께 세상을 등져버린 그들 수많은 사람들의 슬픈 정한곡(情恨曲)... 이렇게도 치열한 작가 의식을 가진 작가 김혜린이 한국에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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