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 빈처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1
현진건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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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는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모르지 않을 작품이다. 고등학생 시절 교과목 중에서 국어를 제일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와 소설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고향이 낙도라 서점이라고 해야 문제집이나 전과를 파는 게 고작이라서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몰라서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을 통해 작가를 알고 학교 도서관을 통해 작품을 찾아 읽는 게 큰 즐거움이 었다.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작가의 작품을 더 읽고 싶어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방학동안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시절에는 긴 이야기보다는 짧은 단편을 더 좋아해서 현진건, 김동인, 김동리, 염상섭, 이상 등등의 작품을 읽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작품을 읽기보다는 현재의 이야기와 그리고 국내 작품들이 아니라 외국의 작품들을 더 찾아읽는 까닭이다.

어쨌든 현진건의 작품을 다시 만나고 보니 한 작품 한 작품 쉽지 않게 써내려간 느낌이 들었고,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작품의 주인공들과 시대적 상황이 눈앞에 사진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술 권하는 사회>를 읽으면서 그 시절에는 이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과도 만났다.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구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100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을 세월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가 변했고, 물질이 풍부해졌지만 역시나 가난한 서민들의 하루 하루를 살아낼 고민은 변치 않은 것도 같다.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 실업은 앞으로 100년 후의 시대가 장미빛일 거라는 꿈을 꾸지 못하게 한다. 물론 잘사는 사람들이야 시대가 변해도 더욱 잘 살겠지만 말이다. 가끔은 이 불평등의 사회가 싫어서 모든 게 변해버리기를 꿈꾸는 나인지라<불>의 순이가 불을 질러 버리는 대목에서 시원함을 넘어 통케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새로이 만나게 해주신 출판사 '푸른책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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