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6
강숙인 지음, 정수영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남편은 자신이 가르치는 중학생 아이로부터 반 아이들 중 열에 아홉은 꿈이 의사이고 나머지 하나는 연예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돈'을 잘 벌 수 있는 직업이 꿈이 된 것이다. 내 어렸을 적에 비하면 참 현실적이다. 그만큼 사회가 경쟁적이고, 돈이 없으면 살기가 팍팍하기 때문일게다.

 

나는 어릴적 이렇다할 꿈이 없었다. 뭐가 되고 싶다거나, 뭘 소망해본다거나 하는 것도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몸이 약한 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셨고, 어떤 사람이 되라는 말씀도 한 번 하신적이 없으셨다. 나는 하루하루의 삶에 만족했고, 어른이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멀게만 여겨졌으며, 점점 자라면서는 어른이 되는 것은 '불안' 그 자체였다. 이십대가 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꿈꾸고 변변찮을지라도 직장에 다녔고, 이 세상이 불평등하고, 부조리로 가득하고, 정직하게 산다는 것이, 정직하게 살라고 했던 가르침이 마치 나를 조롱한 것 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은 좀 비굴하기도 하지만 좀 더 '정의'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 하듯이 이루지 못할 꿈은 아예 꾸지도 않고, 궁핍한 현재의 삶을 검소한 삶이라고 체면을 걸면서 살고 있다.

 

내가 자꾸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눈새>라는 책을 읽어서다. 서로 싸우는 일이나 미워하는 일도 없고, 병과 가난으로 괴로움을 겪는 일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바라는 삶을 살다가 목숨이 다하면 눈이 녹듯 조용히 스러지는 나라, 그래서 꿈꿀 필요가 없는 낙원인 4차원에서 사는 눈새가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3차원으로 오면서 겪는 일들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괴롭고, 슬프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들에게 '꿈'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일게다. 

 

지금 나의 꿈은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내가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정다감하게 대하기,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기 등 - 다해야 하지만 사실 내 마음 속에는 '아! 내 시간을 가지고 싶다', '책 좀 맘 놓고 읽고 싶다',  '내년에는 아이들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다니고 싶다'라는 또다른 욕구들로 가득차 있다. 기실 내게 꿈은 손에 닿지 않은 먼 곳의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아주 작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꿈은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이며, 조금씩 변화하고,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한해가 얼마남지 않은 오늘, 나는 새로운 꿈을 꿔본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그들의 가슴에 즐거운 꿈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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