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미사일 동심원 16
김영 지음, 눈감고그리다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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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올 한해 아이와 함께 그림책과 동화, 동시를 거의 날마다 만났다. 그중에서 동시는 참으로 오랜만에 접해서 많은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아이는 제 손에 쏙 들어오는 책을 특히나 선호하는데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나오는 동심원 시리즈를 아주 좋아한다. 이 시리즈는 책꽂이에 꽂았을때 책등 부분이 선명한 색상이라서 더 좋아하며 내가 미처 보기도 전에 가지고 가서 아이가 한눈을 파는 틈에야 살짝 읽어봐야 할 정도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동심원 16은 김영 시인의 <떡볶이 미사일>이다. 제목만큼이나 그림 역시 명랑 발랄하다.

친구나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면 서로 마주 보고 재잘재느라 사실 주위의 것에 시선을 돌릴 틈이 없다. 하지만 혼자일 때 작은 돌멩이도 친구의 목소리도 아빠의 응원도 들린다. 혼자이지만 결코 혼자이지 않다는 것을 혼자일 때 비로소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시가 여기 있다.



<나 혼자일 때>

나 혼자 길을 걸어갈 때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못생긴 작은 돌멩이가 보여요

나 혼자 집에 들어갈 때
손 씻고 간식 먹으렴!
급하게 써 내려간 엄마의 글씨
이제 막 닦은 유리창처럼 훤하게 보여요

나 혼자 시장에 갈 때
떡볶이 억을래, 순대 먹을래?
친구들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소곤거려요

나 혼자 철봉에 매달려 있을 때
자, 일어나서 끝까지 달려가는 거야!
휘파람 불며 응원해 주는 아빠가
운동자에서 날 지켜보고 있어요

나 혼자일 때
생각나는 게 너무 많아요
보이는 게 너무 많아요
들리는 게 너무 많아요

늘상 엄마곁에 자다가 점점 친구가 좋아지면서 하루 종일 붙어다녀도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 헤어지기 싫을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과 함께 모여자자는 약속을 하고서 엄마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눈치를 살폈던 추억이 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함께 밤을 보내고 나면 더욱 친해지는 느낌! <잠옷 파티>를 읽으면서 내 아이도 자라서 친구집에서 자고 오겠다는 날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옷 파티>

준비물은 잠옷 한 벌
모이는 시간은 토요일 저녁
장소는 맘씨 좋은 쫑이네 집
오고 싶은 친구면 누구나

헐렁한 잠옷 속에
몰래 숨겨 온 과자를
쩝쩝 소리 내서 먹으며
불을 끄고
귀신 이야기를 한다

집에 없는 책을 읽고
손으로 가려 가며
마니또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늦도록 촛불을 켜고
진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애들아, 언제 잘 거니?"
쫑이 엄마의 목소리가 커진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한 이불을 덮고 누우면

만날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
얼굴이 달라 보인다
이마, 눈, 코, 입도 예쁜 내 또래들

오호!
기분 좋은 휘파람이
저절로 나온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를 참 예뻐라 하셨다. 어렸을적엔 내가 참 잘난 아이인줄 착각도 했었는데 자라면서 친구들과 비교해보니 그다지 잘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님에겐 내가 자랑거리다.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나역시 우리 부모님처럼 내 아이가 자랑거리다. 조금만 잘해도 특별해 보이고, 남들이 볼땐 별로 예뻐보이지 않는데도 내 눈엔 천사다. 아이가 점점 자라서 비록 공부 좀 못해도, 운동 좀 못해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울 아빠 자랑거리>

공부 좀 못하면 어떠니
건강하면 제일이지

달리기 꼴찌 하면 어떠니
끝까지 달려 보는 거지

뚱뚱하면 어떠니
아픈 데 없으면 되는 거지

노래 좀 못하면 어떠니
신나게 춤출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뭐든지 어떠니
자랑거리가 많은 아빠는
만날 나보곤 괜찮대요

아빠 자랑은 바로 너야

아빠가 따뜻한 입술로 뽀뽀하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면
나는 걱정거리 없는 아빠를 닮아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가요

동시를 읽다보니 어느새 우리 가족도 시읽는 가족이 되었다. 어제 아침엔 남편이 무언가 쓰고 있길래 공부하나 보다 했는데 잠시 후에 쓰던 종이를 읽어보라고 건네준다.


<미운 아빠, 무서운 아빠, 배 뽈록 아빠>


아빠는 밉다.
소홍이는 엄마하고 놀고 싶은데
아빠는 자꾸 아빠하고 놀자고 한다.

아빠는 밉다.
소홍이는 엄마가 떠먹여주는 밥을 먹고 싶은데
아빠는 자꾸 아빠가 먹여주겠다고 한다.

소홍이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은데
아빠는 자꾸 소홍이랑 엄마 사이에 끼여들라고 한다.

아빠는 무섭다.
소홍이가 울면서 엄마를 때렸을 때
아빠가 '이놈~' 하면서 회초리로 소홍이를 때렸다.

소홍이가 발을 구르고 앙앙 울면서
또 엄마를 때리려고 손을 치켜들면
무서운 아빠는 '이놈~ 이놈~' 하면서 회초리로 방바닥을 탁탁 때린다.

아빠는 배가 고픈 북극곰이다.
소홍이가 가시가 있어서 뱉아낸 생선살도 받아먹고
소홍이가 씹다가 만 오징어 다리도 아빠는 집어먹는다.

소홍이가 먹다가 남긴 오뎅과 치즈와 밥알들도 아빠가 다 먹는다.
그래서 아빠 배는 항상 뽈록하다.
소홍이가 밥을 많이 먹었을 때처럼 항상 뽈록하다.



내가 몸이 힘들어지면서 아이에게도 떼쓰기가 나타났다. 엄마가 뭔가를 들어주지 않으면 아이가 손으로 나를 때린다. 물론 아프진 않지만 이런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 결국 아빠가 회초리를 들었다. 화 한번 낸 적도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은 적도 없는 아빠가 회초리를 드니 아이가 적잖이 놀랬던 것 같다. 물론 아이의 버릇이 단번에 고쳐지진 않았지만 아이에게 긍정적인 일을 많이 만들어 주어 아이의 버릇이 점점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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