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쿠스토 - 생명의 바다를 기록한 최초의 해저 탐험가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5
제니퍼 번 글, 에릭 퓌바레 그림, 유범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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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바다다. 섬에서 태어난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방문을 열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바다였다. 겨울에서 봄까지의 바다는 우리 가족에게 생계의 터전이 되었고, 여름 바다는 제 가슴을 온전히 드러내고 모든 것을 보여주는 놀이터였다. 무수한 생명을 만나는 경이로운 공간인 바다는 아주 가끔씩 무서운 얼굴을 하고 모든 것을 앗아갈 것처럼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김으로 유명한 우리 고장은 어렸을 적만 해도 그저 작은 규모로 한 해 한 해 김양식을 주업으로 했다. 그런데 삼십여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가지 양식업으로 그 규모가 대형화되었다. 대형화된만큼 양식장에 들어가는 각종 물자들도 많아졌고, 그만큼 바다는 오염되고 있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현상으로 적조현상도 나타나고 해파리떼가 엄청나게 늘어서 여름이면 부모님께서 반찬하라고 보내주셨던 멸치도 이젠 잡히지 않아 다른 섬에서 그것도 며칠을 별러서 구해야만 한다. 

갈수록 환경은 오염되고 그 오염된 물질들이 비가 오면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와 많은 물고기들과 바다생물들이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가끔 바다에 방사성 폐기물을 버리려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분노로 빠드득 이가 갈리곤 한다. 바다가 오염되면 그 오염된 바다에서 나는 각종 어류와 해조류를 먹는 사람이 몹쓸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바다를 보호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자신을, 우리 가족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그래서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내게 이 책 <캡틴 쿠스토>는 참으로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 책은 생명의 바다를 기록한 최초의 해저 탐험가 자크 쿠스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자크 쿠스토는 물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린 자크에게 물은 궁금한 것 투성이였고, 바닷속을 동경했으며,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될 날을 상상했다. 



또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실험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영화를 볼때면 어떻게 카메라가 작동하는지 어떻게 영상이 필름에 기록되는지 어떻게 영화가 완성되는지 궁금해했다. 용돈을 모아 작은 비디오 카메라를 마련한 자크는 주위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자신과 주위 사람들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감독이자 배우였고, 작가이자 카메라맨이었다.



청년이 된 자크는 친구에게 선물받은 물안경을 쓰고 처음으로 바닷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러 색깔로 빛나는 해초들, 이름 모를 신기한 물고기들을 보는 순간, 자크의 인생은 경이로운 바닷속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자크는 친구인 필립, 디디와 함께 매일같이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차가운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깊은 곳에서도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고무 잠수복을 만들고, 오리발도 만든다. 더 오랫동안 물 속에서 머물고 싶었던  자크는 결국 수중 호흡기 애퀄렁을 만들어 물고기들만 볼 수 있던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 물고기들만 느끼던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끝없는 바닷속을 누비게 된다. 



자크는 ’칼립소’라는 크고 낡은 함선을 구해서 세상의 모든 바다를 촬영하고 그것을 영화로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책, 다큐멘터리 등을 만들어 세계의 여러 사람들에게 바닷속 세계를 보여준다. 덕분에 사람들은 집에서도 바다 세계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을 바다를 탐험하고 연구하던 자크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온갖 쓰레기와 유독한 화학 물질을 바다에 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바다의 위기를 알리고 경고하는 영화를 만들어 지구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한다. 언젠가 어린이들이 자라면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닷속 세상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기를, 바다와 지구를 새롭게 발견하며 늘 아끼고 사랑하기를 꿈꾼 자크는 남은 인생을 환경 운동에 바친다.


바다하면 왠지 차가울 것 같은데 이 책의 그림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쓰레기가 버려진 바닷속 장면은 어두운 색조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릴 적 갖었던 관심과 소망이 한낱 꿈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너무도 멋져서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사람은 자신을 매료시킨 것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보호하는 법이죠" 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바다에 매료당했고, 사랑했고, 바다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가 떠난 지금도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설립한 쿠스토 협회는 30만명이 넘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고 한다. 

 몇년 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바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은 바다에 대해 꿈을 꾸고,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 그의 염원처럼 많은 어린이들이 바닷속 세상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도록 너, 나 할 것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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