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생긴 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78
호세 아루에고.아리앤 듀이 그림, 미라 긴스버그 글,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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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공원에 나가면 풀들이, 꽃들이, 나무들이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색은 더 짙고 선명해서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빛나 보인다. 그렇게 한 차례 비를 맞으며 식물들은 한 뼘쯤 훌쩍 자라는 것 같다. 

세살배기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만 항상 보던 책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보여서 요즘은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을 새로이 고르고 있다. 이왕이면 재미있고, 글이 아닌 그림만으로도 상황이 설명되는 책을 고르려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어 소개글을 읽어보니 글쓴이 미라 긴스버그는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벨로루시의 작은 마을 버부르이스크에서 태어났으며, 고국의 민화들을 특별히 사랑하여 러시아 민요 속의 재치와 아름다움을 전 세계 어린이들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러시아 민요를 각색한 작품이다.

갑자기 비를 만난 개미가 어디에 숨을까 두리번 거리다 공터에 돋아난 조그만 버섯을 보고 그 아래 숨는다. 하지만 비는 더욱더 세게 퍼붓는다. 비에 홀딱 젖은 나비가 버섯 쪽으로 힘겹게 날아와 자신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한다. 혼자 있기에도 좁아 보이는 버섯 아래에 개미가 날개를 접고 들어간다. 다음엔 쥐가, 참새가, 토끼가 차례로 들어온다. 그 작은 버섯 아래 하나씩 들어가는 장면들이 참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토끼를 쫓아온 여우를 따돌리는 장면이 또한 재미있다. 마침내 비가 그치고  버섯 아래에 있던 동물들이 모두 나온다. 처음엔 개미 한마리가 들어가기에도 모자랐었는데 마지막엔 다섯 모두가 들어간 이유를 궁금해 하자 청개구리가 웃으며 말해준다. 비를 맞은 버섯은 점점 자란다는 것을...






전체적으로 비가 오는 날임에도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밝은 느낌을 주고, 반복적인 문장에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 동물들이 버섯 아래로 들어올 때마마 어떻게 들어오는지 여러 컷으로 표현해서 아~ 저렇게 들어가면 되는 구나 하고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구구절절하게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모든 상황이 파악된다. 특히 다른 것도 아닌 버섯으로 표현했고, 그 버섯이 점점 자란다는 설정이 기가 막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나눌수록 커진다는 의미도 주는 것 같다.

3∼4세의 어린이들에게 적당할 것 같고,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달 전에 보았던 우크라이나 민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장갑』이 떠오르기도 했다. 『장갑』은 손으로 뜬 털장갑 속에 차례로 동물들이 들어오는 것에 비해 버섯은 또다른 생동감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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