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미네 포도
후쿠다 이와오 그림, 미노시마 사유미 글,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할머니네 집에 포도 나무가 있었다. 우리집 윗집에 사셨던 할머니네 집엔 포도나무 뿐만 아니라 귤, 배, 유자, 자두나무 등이 있었다. 포도가 조그맣게 달리기 시작할때부터 날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곤 했었는데 그땐 봉지로 쌓아놓을 줄 몰라서 그냥 냅뒀더니 벌에 쏘여서 포도들을 제대로 수확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라는 내내 그 과정을 살펴보았고, 기다림과 설레임이 포도가 영글어가는 만큼 커져 갔던 것 같다. 결국 수확을 못내 아쉬워하는 내게 장에 가서 포도를 사온 엄마의 덕으로 달랬지만 말이다. 그냥 사온 포도를 먹으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그 때 엄마가 사온 포도를 먹으면서는 포도 한알 한알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도 같다. 

요즘은 자신이 생산하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포도를 보아도 가꾸는 기쁨과 기다림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 <사유미네 포도>는 사유미가 포도가 익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주 잘 표현 되어 있다. 간결한 글과 그림이 사유미의 마음을 전해준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포도를 따기로 한 날 아침, 분명 어제까진 많이 달려 있었는데 누군가가 먼저 와서 먹었는지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다. 누가 먹은 걸까? 아하 동물친구들도 포도가 익기를 기다렸고 사유미가 먹기로 한 바로 그 전날 새벽에 와서 먹고 간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포도 수확에 실망한 사유미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내년에는 자신이 먼저 먹을 거라는 말에서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마음과 동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모두 함께 둘러앉아 포도를 먹는  표지와 같은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에서 사유미의 어여쁜 마음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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