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아이들 책읽는 가족 5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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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아이들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연작동화다. 마치 농사를 짓듯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농촌에서 사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부모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들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생산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쌀은 농부가 모를 심고 여름내 땀 흘려가며 가꿔서 가을에 수확한다. 그런데도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에게 쌀의 의미는 농부들의 땀은 생략한 채 마트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공산품과 하등 차이가 없는 소비재일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 토론을 하던 중 남편이 무심코 불쑥 내뱉은 “이런 농촌하고 당신 고향하고 다른게 뭐가 있지?”라는 한 마디의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내 고향은 섬이다. 완도에서도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낙도다. 도시로 나와 대학을 다니기 전까지 그곳은 내겐 낙원이었다. 어렸을 적에 여름밤이면 오빠들과 바닷가 자갈밭 위에서 빈 쌀자루를 이불삼아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자잘한 수다를 떨며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 와 세수하고 학교가곤 했다.

여름방학이면 아침 먹고 좀 놀다가 바닷가에 가서 헤엄도 치고 썰물에 뻘밭에서 친구들과 달리기도 하고 조개도 잡고 게도 잡고 고동, 굴멩이, 해삼, 조가비, 몰멩이 등등을 잡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잘 살진 못했지만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먹었기에 친구들 간에도 위축되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진 동네분교에 다녔는데 우리 학년이 25명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이사를 떠나고 중학교 졸업 후엔 도시공장(낮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으로 떠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친구들이 십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도 고향에 사는 친구 말로는 최근엔 전교생 합해도 몇십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고향이 근자에 가면 너무 많이 달라져 있다. 젊은이는 도시로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다. 바닷가 자갈밭은 방파제를 설치하면서 시멘? 양식업에 투자했다가 망해서 야반도주한 경우도 있다. 비슷비슷하던 살림살이들도 양식업을 먼저 시작한 동네는 부촌이 되고 후발주자들은 낭패를 보기도 하였다.




우리 부모님도 전복양식을 하시는데 지난 몇 년간은 중간상인들의 농간에 값을 허술하게 받아 끌탕을 하셨다. 그나마 작년부터는 어민들 자체적으로 수매조합을 결성하어 올해는 제값을 받고 파실 수 있었다고 하신다. 전복은 아직 수입이 되지 않아서 웬만한 도시 월급쟁이 보다 낫지만 우리 형제들 중 그 누구도 가업을 이을 생각은 없다. 우선 일이 고되고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어렵더라도 도시에서 살려고 한다. 그나마 고향으로 내려간 젊은 사람들도 종수삼촌처럼 결혼하기 힘들어서 동남아시아에서 신부를 수입(?)해서 결혼한다고 한다.




우리 고향과 농촌마을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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