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많은 눈 -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
줄리안 로덴스타인.멜 구딩 엮음, 박순보 옮김 / 보림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미술.. 지금 딸아이를 보건대 매일 한번도 미술분야를 접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펜으로 하는 스케치, 색종이 접기, 찰흙놀이, 색칠하기. 하여튼 미술이란 분야를 빼버리면 아이의 세계가 얼마나 삭막할까 싶을 정도로 늘 미술활동을 접하며 지낸다.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한 즐거움도 적지 않다. 물론 아이였을 때의 나도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미술활동의 즐거움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행로가 정해지면서 차츰 순수한 의미에서의 미술활동이란 건 시간을 투자하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것이 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삭막하게 살아온 듯 하다. 가끔 시험 점수 때문에 해야만 했던 미술활동은 즐거움은 고사하고 때론 성가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엄마에게 있어서의 미술은 즐거움이나 정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장되어 버렸지만 내가 살았던 어린시절보다 더 삭막해져 버린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미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난기 많은 눈」 이 책의 부제는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이다. 그러나 원본의 부제는 ‘an album of visual delight'이다. 번역본의 부제는 책에 대한 호기심은 자극하지만 역시 이 책에 대한 요약은 원본의 부제가 더 정확히 표현해 놓은 듯 하다. 하지만 원서명인 ‘The Playful Eye’가 단순히 이 책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제목이 붙여졌다면 번역본의 서명, ‘장난기 많은 눈’은 사람의 보는 것에 대한 행위가 가지는 생리적 의미와 내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좀 더 포괄적으로 책의 내용을 함축시켜 놓은듯 하다.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 하지만 이 책에 분류되어 소개되는 그림들은 하나같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기라도 하듯 이면에 또 다른 이미지를 감추고 있다. 이 감추어진 이미지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에 인간의 대뇌가 개입해서 관심있고, 이미 알았던 것 또는 보고 싶은 것에 대한 결과물만을 골라서 이해하고자 한다는 심리에 착안한 화가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재미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화가들이 왜 이런류의 그림을 그렸을까는 단순히 그림에서 느끼는 재미에 있을 수도 있을 테고

책의 내용중 ‘정치적인 풍자화’ 등에서 다루고 있듯이 세상의 변화와 정치적인 잘못을 비판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으리라. 이유야 어떻든 딸아이와 나는 8개의 소타이틀에 걸맞는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할 때마다 정말 작품 속에 감추어진 이미지를 발견하면서 무척 즐거웠었다. 금방 이미지가 안 들어올 때는 책을 멀찍이 한 채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기도 하고 위아래가 다른 그림에서는 책을 뒤집어 놓으며 그 달라지는 모습에 깜작 놀라기도 하고 여러 개가 섞인 모습에서는 책을 돌려가면서 하나하나 짚으며 헤아리느라고 끙끙대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자체가 이전의 명화책들을 감상하던 자세와는 달라서 책을 통한 놀이를 하듯 즐기면서 책을 보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책의 제목인 ‘The Playful Eye’였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아~ 아이에게는 아직 무리겠구나’하는 편견을 가졌었는데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동안 엄마보다 더 궁금해 하고 다음 찾을 작품을 들여다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명화라는 게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고매한 사람들의 감상거리가 아니라 비록 유아일지라도 그 아이들의 눈과 뇌를 즐겁게 하고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리는 힘을 지닌 것이 진정한 의미의 명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정확한 감각을 지닌 존재임을 알기에. 저의 아이는 「장난기 많은 눈」을 접하기 전에 동출판사의 「미술속의 마술」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자주 봤었는데 같은 부류의 책으로 함께 보면 더 재미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왠지 미술관에서 다른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그림을 옆에서 보려고 한다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려는 등의 엉뚱한 자세를 취할 것만 같고 어른들은 눈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각 사람의 이전 인지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해석에 따라 그렇다면 같은 대상을 보고 있더라도 보여지는 것은 제각기 그 사람의 심상에 따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명화관련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존의 명화책들이 해설을 덧붙인 유명 작품들을 단순 수록해놓은 데 반해 「장난기 많은 눈」은 감상위주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참여할 수 있고 이전의 책들과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처럼 비밀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덤으로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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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4-27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들중 진정 프로라고 할수 있는 님이 당선되니 저또한 너무 기쁩니다...
이책.........리뷰를 읽어보니......심하게 관심이 가지네요..^^

bluetree88 2004-04-2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책읽는 나무님..
저두 몰랐는데 어제 메일을 확인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답니다.
알라딘에서 서평으로 마일리지를 받아보는건 처음이라 기분은 좋더라구요..호호~
이번에 시상방식이 바뀌면서 다른분들이 많이 추천해 주셔서 당선이 된것 같아요..
그냥 저대로의 글을 올리는데 마일리지가 따라오니 더 신나네요..축하인사 고맙습니다..*^^*

. 2004-04-2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 축하드립니다. 흑흑...5만원요~ 부럽슴다. 저같이 허접관람기 적는 인간은 절대 5만원 탈 리뷰 못씁니다. 참참...종이배님 다른데 만드신 종이배님 블로그 발견했씨유...^^

bluetree88 2004-04-2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N모 블로그 말씀이신가요?
안그래도 두집 살림하느라 힘들어 죽겠습니다..알라딘은 알라딘대로 그곳은 그곳대로
지인들이 드나드니 한곳으로 뭉칠려해도 팬들이 떨어질까봐서...(참..착각도 자유셔~)
인사고맙습니다..노피솔님도 멀잖아 5만원짜리 탈실겁니다..이곳에 노피솔님 팬들이 만만찮게 많다는 사실을 아는걸요..호호~^^

2004-05-0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어주는홍퀸 2005-02-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보니 책 읽고싶어지는걸요~^^ 안녕하세요..전 얼마전에 알라딘가입하구 여기저기 둘러보고있어요..사진이 참 예쁘네요..그럼 또 놀러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