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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크리스마스에 친구에게 선물 받아놓고 이제야 다 읽은 책이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에대한 안좋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를 꽤 인상깊게 보기는 하였으나 그건 단지 영상미 일 뿐이고,
웨하스 의자에서 처음 그녀를 접한 나는 퍽 실망이 컸었다.
어떤 기대 때문일 수도 있고, 요시모토 바나나에 대한 내 존경심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생각이 날 에쿠니가오리에게서 멀어지게 만든게 아닌가 싶다.
이번 책은 친구 녀석이 재밌게 읽었다며 내게 선물해주었다.
우선은 책상위에 두고 틈나는 대로 노려보았다.
또 실망할까 지나다니며 노려보기만 했다.
이상하게도..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읽지 못한 소설들이 날이면 날마다 책상위에 쌓여가고 있는데..
난 이 소설에 손을 대지 못한채 마치 방학숙제 밀린 초딩생처럼 초조하게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했다.
선물받은 책이므로 무조건 끝까지 다 읽어야 하고, 나는 감동을 받아야 할것이다.
그치만 전에 읽었던 웨하스 의자에 실망한 나로썬 그럴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읽어야 할 책이 책상에 여덟권 쌓였을 때 나는 이 책을 쥐었다.
한달하고도 열흘만이었다.
이 책 덕분에 난 한달하고도 열흘동안이나 아무것도 읽지 못했다.
나원참..말도 안되는 결벽증이라니..
어쨌든 한번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우선 소재가 독특했다.
동성애자 남편과 정신병자 아내의 이야기다.
처음 이 소설을 접하면서 아..이런 삶도 괜찮을지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이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그녀석들의 이야기는 그랬다.
이런 대치관계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사랑해 버리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리는거라고..
소설 속의 여주인공 쇼코는 외로움을 많이 타며 끊임없이 남자 주인공인 무츠키를 쫓는다.
직접적으로 사랑한다라는식의 표현은 쓰여지지 않았으나 결론은 사랑으로 치닿는 느낌을 준다.
읽으면서 내내 도대체 어떻게 이 소설을 마무리 지을 생각일까..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했었다.
호모 섹슈얼을 헤테로 섹슈얼로 극단적인 변화를 줄 것인가..
아니면 정신병자가 사랑한다 고백이라도 해서 완전 가정 파탄이되어버릴 것인가...
(이미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지만...)
작가가 참 무모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다.
그치만 이 소설의 결론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추리 소설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결과를 딱 보여주고 나니 에씨..뭐야..라는 생각이 드는것처럼..
이 소설의 결론 역시 그랬다.
전혀 엉뚱하지만 뭔가 깨림직 한 구석이 있는..
어쨌든 이 소설은 웨하스 의자 보단 훨씬 좋았다.
에쿠니가오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잔득 노려보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괜찮은 소설이었다.
다음 소설도..에쿠니 가오리것을 고르고 싶다.
음..물론..밀린 일곱권의 소설을 다 읽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