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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작부터 일본냄새가 진하게 나는 책이다.
냉소적이고 차가우며 조금 정신나간것 같은 책..
지금까지 접해본 일본 소설이라봐야 요시모토 바나나나 에쿠니 가오리 정도이지만 그들에게서 여성적인 냉소를 보았다면 이번엔 좀 남성적인 냉소랄까...?
진행방식이 독특한 소설이다.
마치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친절하게 작가는 독자를 3인칭으로 이끌며 하나하나 카메라 앵글을 조절해 준다.
그런 그의 진행방식이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든다.
시작은 조금 거창하게..그리고 결론 없이 끝난다.
이 책은 하루의 어두움의 중심 7시간동안을 이야기 한다.
마리와 다카하시, 에리, 카오루, 중국인 매춘부 등..
상관없어 보이나 상관있는 사람들을 미묘하게 시간속에 얽혀놓고 아무 풀림 없이 그냥 끝나는 소설이다.
누가 죽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고, 즐겁지도, 웃기지도 않다. 그냥 현실 그대로를 써 놓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사람이 죽고, 약을 먹어 자살하고, 친구의 동생을 사랑해서 러브호텔에 가 관계를 갖고, 매춘부를 때려 피범벅으로 만든 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회사로 가 일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내가 주문한 저지방 우유를 사가고...이런 등등의 일들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현실은 아무일도 없이 무료하기가 십상이며 죽임을 당하거나 폭력 조직에게 귀가 잘리거나 하는 일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의도하던 바가 이런것이었을까?
결론없이 끝나는게 독특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친구중 한명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정말 이상하고 지루하다고 말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어둠의 저편은 내게 상당히 괜찮은 소설이었다.
아주 현실적인것.
아주 현실적이지 않으면 아주 비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내 생각과 상당히 일치하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