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을 주는 책

장정일의 독서일기 5 ㅣ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5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2년 1월

나 역시 책을 좋아하고, 나름대로 많이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읽는 족족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조금은 귀찮고, 매번 그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서 아주 가끔씩 쓰곤 한다. 그러던 찰나에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나를 일깨웠다. 독서를 하고 그 책에 대한 기억을 글로 기록함으로써 그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진다는 것을 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는 나에게 기록의 중요성도 같이 덤으로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통해 작가의 폭넓은 지식세계와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비판관이 허를 찌를만큼 분명하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비판받아 마땅한 작품에는 가차없이 비판을, 훌륭한 작품으로 추대받아 마땅한 작품에는 훌륭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책 표지가 조금은 어둡고 칙칙한게, 그리고 알 수 없는 책표지의 모양이 마치 작가의 색깔을 담고 있는듯 했다. 재밌는 책이었으며, 책 속에 있는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은 책도 간혹 있었는데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게 조금은 차이가 있었던 점도 흥미로웠다. 독서를 잘 하지 않았거나, 독서 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처음 책 읽기가 조금은 거북할 때 권해주면 좋은 책일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