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만 바람이 세어 나뭇잎이 흩날린다. ㉡비도 바람도 불어 나뭇잎이 흩날린다. ㉢비가 온다. 바람도 분다. 나뭇잎이 흩날린다.
㉠은 생각을 가다듬지 않은, 초점 없는 지껄임. ㉡은 문장법이 냉장고에서 동사한 날림공사 ㉢은 한 화제, 한 문장으로 가락 있는 글말체다. ㉠은 문법의식 여린 꼬마의 글에, ㉡은 문장술 서툰 학생들의 글에 많이 보인다. 단문이 능사는 아니나, ㉢처럼 하되 가끔 긴 문장을 섞을 일이다. '간결'과 '과잉'의 절충…. ㉣"철수와는 수남의 친구인 욱이의 소개로 사귀기 시작했다."는 "수남의 친구인 욱이의 소개로 철수와 사귀기 시작했다"가 더 산뜻하다. 말의 붙임성은 '자연' 그것임을 말해준다.
㉤"이 물건은 절대로 보증합니다." ㉥"좋은 물건입니다.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됩니다." ㉦"이 상품이 가장 잘 팔리고 있습니다." 손님은 ㉦편의 권유를 따를 것이다. 그래서 "객관을 빌려서 주관을 나타내라"고 한다. ㉤의 '절대로'는 허풍임을 의심케 한다.
문장은 틀짓기(조형)다. 생각을 틀로 짜서 남에게 보이는 것이다. 글꼭지 틀→ 낱월 틀→ 말차례 틀 …. 문장이란, 들떼놓고 하는 잠꼬대가 아니다. 치밀한 설계도에 따른 건축물이다. 글을 어렵게 쓰라. 그래야 쉽게 읽히리라.
쓴다는 것은 인생 이해의 방법이다. 글꾼들이여! 표현술의 노예가 되라. 그래야 자신의 유전자가 독자들의 핏줄에 옮겨지리라. 빈 물병에선 물이 안 나온다. 가득 담겨야 콸콸 소리 내며 쏟아진다. '콸콸', 그 리듬에 따라 명문의 급수가 매겨지리니.
-장하늘/문장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