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노래, 파두 - 음악으로 떠나는 예술기행
황윤기 지음 / BOOKERS(북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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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노래, 포르투갈 파두

세계 여러 지역의 노래를 들을 때 낯선 언어는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월드뮤직을 멀리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사가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멜로디나 리듬이 이색적이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듣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 노래 파두는 구슬픈 가락 때문에 설사 가사 내용을 몰라도 노래가 담고 있는 애환을 쉽게 느껴볼 수 있다. 포르투갈 기타 (파두기타)로 반주하고 가수가 부르는 파두는 어떻게 포르투갈의 대표 유산이 되었을까?

파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되었다. 여러 나라와 무역이 활발한 항구도시인 만큼 다양한 문화가 녹아져 있다. 거꾸로 파두는 식민지였던 브라질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이 가장 많았던 브라질에는 아프리카 리듬, 자유로운 선율 그리고 관능적인 춤이 유행했다. 브라질음악의 일부인 룸둠은 차분하고 슬픈 곡이다. 룸둠은 포르투갈로 넘어 와서 오페라나 공연의 막간에 연주된다. 모디냐는 시인들인 쓴 가사를 노래하는 감상적인 음악이었는데 정서적인 면에서 파두의 기원에 가깝다.


파두의 정서적 기원은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랍의 숙명관이 담긴 노래로부터 파두가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고 중세 프랑스 음유시인들의 노래에서 파두로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엇보다도 대항해 시대에 바다 위에서 고국을 향한 향수와 그리움의 정서가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 설득력이 높다.

고대 강국의 지배때부터 수많은 전쟁을 겪었던 포르투갈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싸워야 했고 고국에 남은 여인들은 기다림과 이별, 아픔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며 여인들이 불렀던 노래가 파두다. 저자는 파두에 담긴 그리움으로 인한 슬픔을 ‘사우다드‘라는 단어로 함축한다. 사전적으로 향수, 갈망, 동경, 그리움, 사모, 회향 등 여러 의미가 내재 되어있다. 파두는 바다와 함께 굴곡진 역사속에서 살아온 포르투갈 인들의 ˝희로애락과 내면에 깃든 어두운 감정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나 자신을 버리고/운명을 향해 도망쳐 버리고 말죠/절규하듯 노래하며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죠/그래서 운명을 사랑할 밖에 없는 것이 죄악이라면/ 신이여 용서하소서// _‘신이여 용서하소서‘ 중에서)

저자는 파두가 시작된 곳으로 알려진 리스본의 모우라리에서 첫 번째 가수인 마리아 세베라 (1820~1846)의 흔적을 따라가 보고 세계적인 스타인 아밀리아 호드리게스, 그리고 21세기를 이끄는 젊은 파두가수들의 인생과 노래를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찍은사진 속 파두가수들이 활동했던 공연 장소, 살았던 집, 파두 박물관, 공연 장소의 모습은 생생하다.


한편 파두는 여자만 부르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리스본 북쪽에 자리잡은 코임브라 대학에는 남성들이 파두를 부른다. 리스본의 파두와는 다르게 문학적인 내용이 많아 사랑, 철학, 인생등 폭넓은 이야기를 절제된 감성으로 부른다. 특히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조제 아폰주가 불렀던 파두는 인상적이다. 그의 노래는 금지곡였으나 카네이션 혁명때 사람들에 의해 널리 불려졌다. (형제애의 땅/그란돌라, 검게 그을린 도시여/얼굴마다 평등이/최고의 명령자는 민중이라네.//_<그란돌라, 검게 그을린 도시 >중에서)

파두는 굴곡진 역사 속에서 포르투갈 사람들과 함께 공존해 왔다. 대항해 시대에 먼 바다로 항해를 나간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아픔, 기다림을 노래했던 파두는 지금 들어도 구슬프다. 각 챕터마다 저자가 실어놓은 파두 가수들의 노래를 인터넷에서 찾아듣는다면 파두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또한 파두가수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음색에 놀랄 것이다.

추천 음반 30선과 파두 노랫말 40곡이 수록되어 있어 파두를 좀 더 깊이 듣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월드뮤직 또는 세계민속음악에 관한 책은 다양한 음악을 조금씩 광범위하게 소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지역 음악 장르 중 하나인 ‘파두‘만을 오롯이 깊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주목하게 된다. 또한 오랜시간 파두를 애정해 온 저자의 열정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제 포르투갈하면 그들의 정서를 잘 담고 있는 ‘파두‘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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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01-25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파두란 장르는 솔직히 처음 들어봤습니다만 매력적인 음악 같네요. 한 나라의 굴곡진 역사와 애환이 녹아든 담긴 구슬픈 노래라니... 일단 유투브로 한 번 검색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청공 2020-01-29 07:17   좋아요 1 | URL
에공 답이 늦었네요 ㅠ
저도 요번에 잭을 읽고 파두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네요. 마리자 Mariza, 아밀리아 로드리게스 Amalia Rodrigues 노래 추천해봅니다^^
 

당신을 용서하기까지

태어난 아기가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 떨어져 다른 이에게 길러졌다는 사연은 종종 들어봤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의해 아이와 헤어진다면, 아이의 엄마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에서 유괴당한 아이를 찾아 고통 속에서 살아갔던 성민 엄마가 떠올랐다. 11년 후에 어느 날 부모의 눈앞에 나타난 성민은 가난한 환경과 어느새 낯선 이가 되어버린 부모를 적응 못해 결국 집을 떠난다. 다시 아이를 찾으면 그때 그 아이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아이는 전혀 다르게 변해 있었다.

<바다 사이 등대>에서는 해나가 남편과 아이 실종 후 여러 해를 자포자기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딸 그레이스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는 야누스 룩에서 등대지기로 일하고 있는 톰이 보낸 것이다. 여러 해 전, 톰의 부인인 이저벨이 아기를 유산하고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한 남자와 어린 아기를 실은 보트가 야누스 룩에 도착한다. 아기를 보자마자 이저벨은 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며 본능적으로 젖을 물린다.“전 그 아이가 필요했어요. 아이가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기적였어요. 전 그 아이가 우리와 함께할 운명이라고 확신했어요.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가난한 아이는 부모를 잃었고 우리는 아이를 잃었으니.”

이저벨은 톰에게 일지 기록에 남기지 말고 죽은 남자 (해나의 남편)는 묻어버리고 아기를 키우자고 제안한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이저벨의 의지를 따라 비밀리에 그 둘은 아기를 키우게 된다. 결국 둘의 비밀이 탄로가 난다. 톰은 감옥에 가게 되고 아이를 원래 엄마인 해나에게 돌려준 이저벨은 딸을 그리워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해나는 딸이 돌아온다면 행복한 모녀의 관계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린 루시(그레이스)는 이저벨만을 찾아 해나는 슬픔과 분노에 빠진다. 해나는 이저벨과 톰을 얼마나 용서할 수 있었을까. “과거에 사로잡혀 허우적대며 살아갈 건지, 우리 아버지처럼 지난 일을 두고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평생을 보낼 건지, 아니면 모든 일을 용서하고 있을 건지.”
해나의 선처로 톰과 이저벨은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 해나는 평생 루시(그레이스)를 온전히 그녀의 딸로 자라길 바랐기에 이저벨의 임종 전까지 루시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톰은 전쟁의 참상을 온 몸으로 겪은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죽은 동료들 생각과 살아있다는 죄책감은 여전히 톰을 괴롭혔다. 톰은 사랑한 아내가 불행해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죄를 책임지려 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의 처지는 안쓰럽기만 하다. 키웠던 루시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저벨, 엄마를 거부하는 루시(그레이스)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해나. 이 소설은 이저벨과 해나의 딸을 향한 모성애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 읽기의 몰입도가 높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낳아준 엄마, 길러준 엄마의 두 입장에 서서 충분히 주인공의 사랑에 공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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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젠가 말벌에게 몹쓸 장난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벌은 내 접시 위에서 잼을 흡입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두동강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동강난 식도 밖으로 가늘게 잼이 흘러나오는데도 그 벌은 먹는 일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말벌은 날아가려 애쓸 때 비로소 자신에게 일어난 그 끔찍한 일을 알아차렸다.
현대인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동강난 것은 그의 영혼이며, 그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지 벌써 꽤 됐을 것이다.  단상 (Notes on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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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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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고독”을 위한 책읽기

법학자이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박홍규 선생은 자연, 자치, 자유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1년 전 대학에서 퇴임한 후 시골로 이사한 후 오전에 밭일을 한 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1988년부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52권의 책을 냈다. 3분의 2는 직접 쓴 책이고 나머지는 번역서이다. 그는 전공인 법학 뿐 아니라 문학, 철학, 미술, 음악까지 다양한 글을 써오고 있다. 집단 패거리 문화를 싫어해서 동창회, 회식에는 나가지 않고 혈연, 지연, 학연은 끊고 산다. 군중과 권력에서 거리를 두고 사회를 비판하고 무리 짓지 않고 소신껏 살아온 그다. 이 책은 박홍규 선생의 오랜 독자인 출판인 박지원과의 대담집이다. 독서가 어떻게 박 선생의 인생을 형성해 왔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박홍규 선생은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무 고독하고 너무도 심심하고 외로웠기”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청소년기에는 헤세의 작품을 읽으면서 사회로부터의 왕따가 된 그의 외로움과 반민주적이고 반인간적인 사회의 규율 속에서 밀려나 고통스러워했던 헤세에게 크게 공감했다. 더 나아가 헤세처럼 전쟁에 반대하고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생명과 자연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고전과 철학서를 읽으면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간성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얼마나 심오한지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선생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독서의 부족을 지적한다. 서구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절대적인 책’ 즉,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교사가 여러 출판사 책을 참조하여 수업을 구성한다. 그는 “교과서가 아닌 다른 텍스트는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야 말로 적폐중의 적폐”라고 꼬집는다. 특히 교과서만이 완벽하다는 미신은 아직도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다. 정해진 답을 좆아 가야 하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무시당하게 된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위해서는 교과서 원칙주위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5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한 그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연구하는 공통의 문화자산인 번역 문화의 빈약함을 토로한다. 대학 시스템도 문제다. 교수평가 업적에 번역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논문 작성만을 업적으로 치기에 전문가들이 번역에 신경쓰지 않는다. 번역은 다른 나라문화와 한국 문화를 결합시키는 데 ‘가교’역할을 한다. 박 선생은 각 분야 전문가들은 그들만 보는 논문만 쓰는게 아니라 일반대중들이 읽을 번역서를 많이 출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책을 읽으며 선생은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반민주주의에 맞섰던 이단아들- 사이드,오웰, 간디, 톨스토이, 고흐 등-을 만나며 이 각박한 세월에 책 속의 아웃사이더들이 고통을 이겨냈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우직함과 용기를 가지라 한다. 그가 추구하는 자발적 고독이자 자유다. “어떤 주류적 이념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주장과 노선을 지키는 것. 그게 고독을 강조하는 나의 입장과 연결”된다.

자발적인 고독의 생활을 해온 박홍규 선생의 지난 50년 책과 살아온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독서야말로 홀로서기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이야 말로 혼자만의 고독한 경험이자 스스로를 성찰하는 행위이다.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사회에 일갈하는 작가나 사상가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저항을 배우고 자유롭고 싶은 나를 발견할 것이다. 이런 개인이 모인다면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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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사람은 일하는 습관이 뼛속까지 배어 있어서 돈을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피요로 한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래도 강요된 무료함을 참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무료함은 가난의 가장 고약한 악덕 중 하나이다. 패디같은 사람은 시간을 때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할 일이 없으면 쇠사슬에 묶인 개처럼 비참해진다. 그런 이유에서 영락한 사람을 누구보다도 불쌍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실로 동정받아야 할 사람은 애당초 몰락해 있었고 마음이 텅 비고 메마른 상태에서 가난에 직면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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