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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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고독”을 위한 책읽기

법학자이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박홍규 선생은 자연, 자치, 자유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1년 전 대학에서 퇴임한 후 시골로 이사한 후 오전에 밭일을 한 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1988년부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52권의 책을 냈다. 3분의 2는 직접 쓴 책이고 나머지는 번역서이다. 그는 전공인 법학 뿐 아니라 문학, 철학, 미술, 음악까지 다양한 글을 써오고 있다. 집단 패거리 문화를 싫어해서 동창회, 회식에는 나가지 않고 혈연, 지연, 학연은 끊고 산다. 군중과 권력에서 거리를 두고 사회를 비판하고 무리 짓지 않고 소신껏 살아온 그다. 이 책은 박홍규 선생의 오랜 독자인 출판인 박지원과의 대담집이다. 독서가 어떻게 박 선생의 인생을 형성해 왔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박홍규 선생은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무 고독하고 너무도 심심하고 외로웠기”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청소년기에는 헤세의 작품을 읽으면서 사회로부터의 왕따가 된 그의 외로움과 반민주적이고 반인간적인 사회의 규율 속에서 밀려나 고통스러워했던 헤세에게 크게 공감했다. 더 나아가 헤세처럼 전쟁에 반대하고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생명과 자연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고전과 철학서를 읽으면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간성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얼마나 심오한지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선생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독서의 부족을 지적한다. 서구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절대적인 책’ 즉,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교사가 여러 출판사 책을 참조하여 수업을 구성한다. 그는 “교과서가 아닌 다른 텍스트는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야 말로 적폐중의 적폐”라고 꼬집는다. 특히 교과서만이 완벽하다는 미신은 아직도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다. 정해진 답을 좆아 가야 하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무시당하게 된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위해서는 교과서 원칙주위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5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한 그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연구하는 공통의 문화자산인 번역 문화의 빈약함을 토로한다. 대학 시스템도 문제다. 교수평가 업적에 번역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논문 작성만을 업적으로 치기에 전문가들이 번역에 신경쓰지 않는다. 번역은 다른 나라문화와 한국 문화를 결합시키는 데 ‘가교’역할을 한다. 박 선생은 각 분야 전문가들은 그들만 보는 논문만 쓰는게 아니라 일반대중들이 읽을 번역서를 많이 출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책을 읽으며 선생은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반민주주의에 맞섰던 이단아들- 사이드,오웰, 간디, 톨스토이, 고흐 등-을 만나며 이 각박한 세월에 책 속의 아웃사이더들이 고통을 이겨냈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우직함과 용기를 가지라 한다. 그가 추구하는 자발적 고독이자 자유다. “어떤 주류적 이념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주장과 노선을 지키는 것. 그게 고독을 강조하는 나의 입장과 연결”된다.

자발적인 고독의 생활을 해온 박홍규 선생의 지난 50년 책과 살아온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독서야말로 홀로서기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이야 말로 혼자만의 고독한 경험이자 스스로를 성찰하는 행위이다.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사회에 일갈하는 작가나 사상가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저항을 배우고 자유롭고 싶은 나를 발견할 것이다. 이런 개인이 모인다면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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