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용서하기까지

태어난 아기가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 떨어져 다른 이에게 길러졌다는 사연은 종종 들어봤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의해 아이와 헤어진다면, 아이의 엄마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에서 유괴당한 아이를 찾아 고통 속에서 살아갔던 성민 엄마가 떠올랐다. 11년 후에 어느 날 부모의 눈앞에 나타난 성민은 가난한 환경과 어느새 낯선 이가 되어버린 부모를 적응 못해 결국 집을 떠난다. 다시 아이를 찾으면 그때 그 아이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아이는 전혀 다르게 변해 있었다.

<바다 사이 등대>에서는 해나가 남편과 아이 실종 후 여러 해를 자포자기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딸 그레이스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는 야누스 룩에서 등대지기로 일하고 있는 톰이 보낸 것이다. 여러 해 전, 톰의 부인인 이저벨이 아기를 유산하고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한 남자와 어린 아기를 실은 보트가 야누스 룩에 도착한다. 아기를 보자마자 이저벨은 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며 본능적으로 젖을 물린다.“전 그 아이가 필요했어요. 아이가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기적였어요. 전 그 아이가 우리와 함께할 운명이라고 확신했어요.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가난한 아이는 부모를 잃었고 우리는 아이를 잃었으니.”

이저벨은 톰에게 일지 기록에 남기지 말고 죽은 남자 (해나의 남편)는 묻어버리고 아기를 키우자고 제안한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이저벨의 의지를 따라 비밀리에 그 둘은 아기를 키우게 된다. 결국 둘의 비밀이 탄로가 난다. 톰은 감옥에 가게 되고 아이를 원래 엄마인 해나에게 돌려준 이저벨은 딸을 그리워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해나는 딸이 돌아온다면 행복한 모녀의 관계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린 루시(그레이스)는 이저벨만을 찾아 해나는 슬픔과 분노에 빠진다. 해나는 이저벨과 톰을 얼마나 용서할 수 있었을까. “과거에 사로잡혀 허우적대며 살아갈 건지, 우리 아버지처럼 지난 일을 두고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평생을 보낼 건지, 아니면 모든 일을 용서하고 있을 건지.”
해나의 선처로 톰과 이저벨은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 해나는 평생 루시(그레이스)를 온전히 그녀의 딸로 자라길 바랐기에 이저벨의 임종 전까지 루시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톰은 전쟁의 참상을 온 몸으로 겪은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죽은 동료들 생각과 살아있다는 죄책감은 여전히 톰을 괴롭혔다. 톰은 사랑한 아내가 불행해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죄를 책임지려 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의 처지는 안쓰럽기만 하다. 키웠던 루시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저벨, 엄마를 거부하는 루시(그레이스)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해나. 이 소설은 이저벨과 해나의 딸을 향한 모성애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 읽기의 몰입도가 높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낳아준 엄마, 길러준 엄마의 두 입장에 서서 충분히 주인공의 사랑에 공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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