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SIC 시리즈 3
슬라보예 지젝.레나타 살레츨 외 엮음, 라깡정신분석연구회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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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서평] 성화 Sexuation - 성적 정체성 담론 다시 들여다보기



페미니즘이 가지는 딜레마는 성정체성에 대한 담론과 성별 차이의 구분을 동일시하는 문제이다. 이 책은 라깡의 성적 담론 분석 방법론을 재해석한 '성화'의 개념을 통해 탈근대사회의 성적 담론를 재설정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성별 차이가 인체학적 차이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차이 속에 성정체성의 근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프로이드와 라깡은 말하고 있다.

또한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성적 담론의 해방과 성별 차이의 무시를 동일시함으로서 설득력을 잃게 되는 원인도 라깡의 분석을 통해 교정하고자 한다.

사실 이러한 원인은 탈근대사회에 만들어진 새로운 개념과 권력기능이 결합된 의미를 잘못 해석해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계를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 생산적 방식의 접근을 하는 방식인 '성화(Sexuation)'의 개념을 사용하여 성적인 문제가 어떻게 권력화하는 가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들은 정신분석적인 해부학이라 말하고 있다. 성의 차이가 어떻게 성적 권력의 문제로 발전하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모세의 율법성향적 욕망의 문제를 끌어냄으로서 부성의 금지라는 목표가 페미니즘의 목표가 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전의 가부장적 체계와 고정적, 자연화된 정체성을 극복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성적 정체성과 성별 차이를 분석하는 방법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현대의 성적 담론을 수용하여 "남자는 화성에서 여성은 금성에서 왔다"라는 새로운 우주적 재성화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라깡에 의해 제기된 새로운 방법론인 성화의 개념은 성별 차이라고 인식하는 모든 것을 상징 질서 안과 언어, 언어 모델에 의해 구조화된 상징체계로 만들어진 모든 문화영역 안에서 내재된 결론이라는 것이다.

성적 차이가 근본적인 문제라 말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비해 주체의 형성과정과 상징적 금지의 역할, 현재 사회에서 변화된 부성의 역할과 그 변화가 성별 차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섹스 또는 젠더라 말해야 하는지라는 고민을 하게하는 여성성과 성별 차이의 이론화를 혼란시키는 거짓 대안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그래서 성(性)이라고 하는 문제에 둘러싸인 핵심적인 분석을 제시함으로서 페미니즘과 정치적인 토론의 근거자료가 되고자 하는 데 있다.

슬라예보 지젝의 논저들이 담론을 넘어서서 실재를 분석하는데 탁월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습관적인 담론의 재생산에 길들여져 있는 한국의 학계에 매우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스스로 이중적 체계를 벗어버리려는 인문학자의 고통이 필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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