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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건강 서평] 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이러한 병원을 만들었을까?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인 라구나 혼다 병원, 이곳은 노숙자, 알코올중독자, 치매, 뇌졸증을 앓는 노인 등 까다로운 만성질환자들의 집합소다. 노후한 시설에 예산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환자 만이 아니라 의사도 치유가 되는 불가사의한 병원이다. 이 책은 자신의 논문을 위해 잠시 머물다고 돌아가려 했지만 결국 느린 의학의 힘에 매료되어 20년간 헌신한 의사의 회고록이다. 저자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겪는 놀라운 경험들을 통해 이 병원의 숨겨진 마력들을 들어내는 한편, 자본과 산업화의 시스템으로부터 병원을 지켜내려는 의료진의 노력들을 그려내고 있다. 기술적 의료시스템이 중요한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에도 의학과 의료시스템이 추구할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지를 얘기하려는 것이다.
병원의 시작은 중세 기독교 수도원운동에서부터이다. 이전 자연적인 치료는 있었으나 전문적인 치료나 독립된 의료의 부분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 수도원에서부터다. 수도원 운동의 치료행위는 두가지로 구분된다. 가난한 자들의 의료를 도와주는 호스피스들과-빈민구호소와 역할을 같이한다-수도승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무실과 같은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근세이전의 의학이론은 4요소, 4성질, 4체액을 중심으로 하는 4시스템을 기초로 한다. 불과 물, 땅과 공기의 4요소가 덥거나 차겁거나, 건조하거나 습하거나 하는 4성질과 결합하여 사람들만의 독특한 체질과 병들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이 이론은 체액의학이라고 불리운다. 저자가 이러한 근세이전의 의학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라구나 혼다병원을 온 이유는 자신의 의학적 소견을 완성시키기 위함이다. 자신을 매료시킨 의학의 근본을 찾고자 했던 시작이 라구나 혼다를 찾아 2개월의 수련생활을 하려했던데서 출발한다.
이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느림의 의학을 대표하는 라구나 혼다의 독특한 시스템이 가지는 의료정신이 근본적 의료정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고자 하는 의료인에게 의미가 있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다. 힐네가르트의학의 핵심인 "비지디토스"라고 하는 초록의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라구나 혼다의 독특한 의료정신은 환자를 잘 돌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환자를 위하여 돌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것은 환자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의학 시스템은 효율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환자는 마치 고장난 자동차가 수리를 하러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취급을 당하게 된다. 여기에 환자에 대한 인간적 관심은 넋빠진 관심이 되어버리고 만다. 힐네가르트의학은 현대의학에서 보자면 비효율적이며, 척결해야 할 문제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저자가 물음을 던지는 것은 과연 치유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진정한 치유는 몸과 마음이 완성되는 것인데 마음이라는 문제를 제거시킨 현대의학이 과연 정답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의 손실과 자연의 치유력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가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특수한 상황은 라구나 혼다만이 가능할지 모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효율성에 기초한 의료수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한 단초적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사실이다. 진정한 의학의 길과 가치를 적어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책이 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요즘 한국의 의료체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많은 의료복지비를 지출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 대한민국 국민이 상대적으로 가장 건강한 국민일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 질문의 시작은 너무나 당연한 문제일 것이다. 사실 의료비를 많이 쓰는 것은 의료복지가 잘 발달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건강이 정말 문제가 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쓸데없이 병원을 자주 가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비의 지출은 많을수록 오히려 국민은 불건강하다는 역설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병원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라구나 혼다의 모습을 아닐찌라도 진정한 환자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는 병원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은 진정한 관심과 사랑이 함께 하는 병원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