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걸음의 여행
리처드 C. 모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도의 보잘 것없는 무슬림의 아들로 태어난 하산이 프랑스 요리의 거장이 되어 외국인으로서 최초로 미슬랭 가이드로부터 별세개를 받는 쾌거를 이루어낸 그의 인생여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책이다.

올해 읽은 100여권이 넘는 책 중에서 정말 마음에 감명을 던져준 책은 일본의 각종 작가상을 받은 '아빠는 우주최강울보쟁이'과 바로 이 '백걸음의 여행'이다. '아빠는...'의 책이 마치 시골에 가서 먹는 잘 익은 김치를 먹는 맛이라면 '백걸음...'의 책은 제대로된 형식을 가진 정찬을 먹는 맛의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책이 무엇이 낫다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 꼭 어울리는 최상의 맛을 각자가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일반적인 작가가 아닌 포브스기자 출신의 언론인이 썻다는 것이 더 의외였다 생각한다. 각종 요리에 대한 묘사와 하산의 출생과정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을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장면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인도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프랑스로 긴 여정을 통해 얻은 인생이지만, 백걸음의 여행이라는 제목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사건으로 정착한 프랑스에서 시작한 인도식당 앞에 있던 이성급호텔의 여주인 마담 말로리를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로리와의 만남을 통해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녀는 하산의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그가 프랑스요리의 명장으로 성장할 수 있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한 인생역전이라는 진부한 주제가 되지 않고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요리라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장인들의 세계에 대한 진실한 대화를 느꼈던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하산의 성공을 위한 기반으로 만드는 마담 말로리,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리를 버리고 그 희생을 통해 하산이 진정한 명장이 되기 위해 배려했던 요리의 동지 폴 베르됭의  모습 들은 우리 시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그러한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마담 말로리가 하산에게 들려주는 대사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속물이란 좋은 취향을 갖지 못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란다. 나는 그 훌륭한 충고를 잊고 살았지만 너라면 그런 바보짓을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정말 자신의 고상한 취향-아마 이것은 번역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인생을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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