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규칙과 사적 언어
솔 크립키 지음, 남기창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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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감탄이 나오는 책이다. 비트겐슈타인 사상의 주요한 주제를 구석구석 상세하고 심도 깊게 풀어나가는 책이다. 또한 매우 명료하다. 비트겐슈타인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다른 철학자를 해석하는 것 또한 매우 독창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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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고서도,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해 죽지도 못하고 있다. 마지막 작별을 고통 속에서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사상 경영이라는 측면이 아직 몰락하지 않은 곳에서 철학은 불꽃 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겨우겨우 생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마지막 고통을 겪으면서 자신이 평생 못다 한 말을 떠올린다. 철학은 죽음에 직면하고서야 비로소 마지막 비밀을 털어놓고 싶어진 것이다.

 

이제 철학은 고백한다. 거창한 주제는 모두 핑계였고 반(半)진리였다고. 헛되고 헛된 아름다운 고공 비행-신,우주,이론,실천,주체,객체,몸,정신,의미,무-이 모두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것은 청년.이방인,성직자,사회학자를 위한 명사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 페터 슬로터다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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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진리
낸시 피어시 지음, 홍병룡 옮김 / 복있는사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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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이 책을 완독하고 느낀 것은 이 책의 행간 곳곳에서 자연신학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낸시 피어시가 이원론을 극복하는 도구로 지적 설계를 끌어들이면서 마치 지적 설계가 기독교를 확증하는 것처럼 말하며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로 전향한 앤터니 플루를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플루는 기독교인이 된 것이 아니라 이신론자가 된 것이지요.

더군다나 피어시는 마치 불신자가 자신의 모순율로 다양한 세계관 중에서 적합한 세계관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처럼 말하는데 이건 반틸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 기독교는 자연주의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데 월터스토프가 하나님의 무시간성과 시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격하는 것처럼...

그리고 가장 이 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피어시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언어의 감옥" 논제를 별 논증도 없이 잘못된 것이라고 배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철저한 언어적 존재라는 것은 현대 철학의 가장 중요한 논제 중 하나이며, 피어시가 자랑스럽게 언급하는 플란팅가의 작업 역시 이 논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작업인데 말입니다. 언어의 감옥을 부인하면 다시 "소여의 신화"가 복원되고 그것이 자연인의 인식의 기초로 작동할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틸이나 비트겐슈타인, 데리다, 그리고 로티 등이 주장하는 것 처럼 자연인의 언어가 실재를 표상할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자연신학이 들어설 공간이 없을터인데 낸시 피어시는 이런 현대의 기본적인 통찰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피어시가 개혁파 전통을 계속 언급은 하지만 개혁파의 가장 주된 원리 중 하나인 인간의 전적인 죄악됨, 무능력성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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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5-01-0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럼 님은 이런 세계관 책 중에 어떤책이 가장 좋으셨나요?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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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책이다.

이 책은 정말이지 쉽고 명료하게 쓰여졌으며 경제 발전을 보장한다는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이 기초적인 상식에도 어긋나는 헛소리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이상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이 나라를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쁜 사마리아인들인 강대국들이 개도국들에 신자유주의주의 정책을 강요하는 현실이 과연 고분고분 바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 날카로운 해부는 진지하게 사회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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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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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전부 읽어보진 못했고  훝어가면서 부분 부분 읽어본 정도다. 나는 지적설계론에 반대하는 도킨스의 새로운 과학적 논증 같은 것을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눈 먼 시계공 말고 좀 더 새로운 것)도킨스가 철학 이야기를 하고는 있는데 사실 언제나 느낀 것이지만 도킨스의 인문학적 능력은 수준 이하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칸트를 다루는 것을 봅면서 도킨스 참 인문학 공부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밑에는 장신대 김중은 총장의 글. 이 책에 대한 보수적 기독교 신학계의 입장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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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동물행동학과 진화 생물학 전공인 리처드 도킨스 교수가 작년에 『하나님이라는 망상』(원제: The God Delusion.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이란 제목의 책을 출판한 것이 금년에 신학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밝히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의도하는 대로 이 책이 역할을 해 준다면, 이 책을 펴 든 종교인 독자들은 그들이 이 책을 내려놓을 때는 무신론자들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옥스퍼드 대학교의 신학부 역사신학 전공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즉각 응전을 하면서, 종교심리학자인 그의 부인과 함께 도킨스의 주장을 반박하는 『도킨스의 망상?』(원제: The Dawkins Delusion?, Alister McGrath and Joanna Collicutt McGrath, SPCK, 2007)을 출판하였다. 맥그래스 교수에 의하면, 도킨스는 한마디로 과학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편견을 주장하고 있으며, 교조적인 무신론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그의 책에서 어떠한 과학적인 발견이나 증거나 분석적인 이론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종교(특히 기독교)에 대한 엄청난 적대감과 무신론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킨스의 주장은 이를테면 ‘무신론자의 근본주의(atheist fundamentalism)’라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가 어떤 학교인가? 신학부에서부터 그 대학교가 시작되었고, 웨슬리 형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을 배출하였으며, 지금도 그 학교의 문장에는 성경말씀에 근거한 믿음의 교훈이 새겨져있다(“주님은 나의 빛이다.” Dominus illuminatio mea). 그런데도 이제 하나님이라는 생각이 망상이라고 선전하는 교수가 버젓이 지성인으로 행세하는 학교가 되었으니 실로 통탄하고 슬퍼할 사건이다.

성경은 이미 주전 천년 경 다윗의 시편을 통해,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 도다. 그들은 부패하고 그 행실이 가증하니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시14:1)라고 무신론의 사상을 경계하였다. 바울 사도 역시 로마서에서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있으며, 하나님은 창조하신 만물을 통해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알게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님을 모른다고 핑계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계신 것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지 않으며, 오히려 우상들을 섬기면서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롬1:18-32 참조).

사사시대의 혼란이 300년 이상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특히 우리 신학도들은 우리 시대가 앞으로 결코 순탄하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각오를 해야 한다. 치열한 영적 싸움의 마지막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오늘 우리 시대는 하나님을 부인하는 시대, 예수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적그리스도의 시대, 성령의 시대라기보다는 성령을 근심하게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나 조류독감 바이러스 보다 더 가공할만한 무신론의 슈퍼 변형 바이러스가 21세기 인류의 마음에 침투하여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을 한갓 진화된 고등동물로 전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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