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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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일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양가적인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책은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인격은 무의식이 지배한다. 무의식 속의 마음 속의 아이가 바로 우리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 마음 속의 아이는 어릴 적 부모와의 유대 관계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러니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가장 내면적인 인격은 바로 타율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마도 우리에게 자유란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행동을 규정하는 인격, 인성이 모두 유아시절의 우연한 사건들에 의하여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성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정신분석이론이 옳다고 한다면 과연 인간의 도덕성이란 무엇일까?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도덕성의 토대가 되는 우리의 양심은 사실은 가족간 관계의 우연한 사건들을 통하여 형성된 초자아. 만약 어떤 사람이 양심이 전두환이나 조두순처럼 매우 무디더라도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없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그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의 틀로 비추어보면 그는 치료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동시에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바로 자유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과연 스스로의 가치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어떤 것도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 것은 없다. 인간에게는 매우 값비싼 다이아몬드도 침팬지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어떤 것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관계들 속에서의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떠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과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채 인간이 즉자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종교적인 신앙 가짐으로써, 배우자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자신을 해방할 수 있다고 하며 여러가지 사례들을 모범적인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즉자적인 가치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들이 아닐까? 초반부에서 사례로 든 휴씨의 경우, ‘상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정말 그 말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인간은 누군가의 평가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다. 대학 교수는 자신의 학문성에 대한 샛병아리 학생의 악평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전념하는 학문의 대가가 자신을 혹평한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줄 누군가의 평가와 인정을 필요로 한다. -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금지된다’ -

 

행복은 과연 마음먹기에 달려 있을까?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중앙일보 주필의 서평에 따르면 그러한 것 같다. - 사회, 제도,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불행의 원인을 찾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이것을 변하게 하려는 것은 무용하다. 바뀔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다. 내가 마음을 달리 먹는다면 부당한 현실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 이것은 한국 사회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긍정의 힘과 유사한 주장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사회 변혁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우파적인 주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은 기본적인 물질적 복지가 이루어진 국가에서 구성원이 느끼는 행복은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이 강요되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느끼는 행복과는 높은 수준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구성원 대부분에게 뒤처지는 것은 곧 낙오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여유와 휴식이란 분명 공허한 감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분석 사례들이 대부분 성공한 중산층 이상의 인물들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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