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사생활 - 여자, 남자를 재구성하다!
EBS 다큐프라임 [남자] 제작팀 지음 / 블루앤트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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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다큐프라임 《심리다큐, 남자》 제작팀이 펴낸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남자'를 집중 조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철저히 여자의 입장에서 씌였다는 것입니다. '남자를 제대로 알자'는 것이 최근 여성운동의 핵심적인 담론이라고 하는데요여성의 삶에서 남성, 즉 아버지와 남편, 아들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의 발로일 것입니다.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태생적인 남녀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본성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며 자연의 선택이다. 독일의 여성 심리학자 한네 제만은 '반드시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남녀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존중하며 배려한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크게 향상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남성 역할에 더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까지 떠안은 남자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늘면서 익숙지 않은 가사일에, 육아까지. 스트레스가 장난 아닐 거예요. 게다가 요즘 여자들, 남자를 '찌질이' 취급합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도 너무하다 싶을 때가 많아요. 부부 갈등 상황을 다루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다가 경악했던 적이 있는데요. 아내의 요구로 남자가 앉아서 오줌을 누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바야흐로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남자아이조차 성장하면서 엄마의 주관적이고 자신만만한 갖가지 통제에 차츰 여성화된다. 남자아이다운 거친 행동을 철저히 강제하고 행여 다칠까봐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통제하며 오직 엄마의 여성적인 지시에만 따르게 한다. 남자아이의 자립심은 싹조차 트기 어려운 실정이 되는 것이다. '남자다움'은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 남자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꼼짝 못하고 차츰 외톨이가 된다. (본문 중에서)

 

 

      생물학적 본성과 사회적 요구가 충돌하면서 현대 남성의 딜레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요구'에 주목해야 합니다. 남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라는 것은 결국 여성의 남성에 대한 요구입니다. 아들을 남자로 양육하는 것도 어머니, 여성입니다. 아들을 남자답게 양육하는 법에 대해서는 3장에서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데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왕따' 문제에도 어머니의 양육법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들만 양육하나요. 남편도 양육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도 참, 피곤합니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정체성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엉뚱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남자들은 그처럼 감정을 억제하고 자기감정을 잘 모르고 왜곡시켜 표현하면서 스스로 감정체계에 큰 혼란을 겪는다. 그리하여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잘 이해 못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생물학적으로 정서적인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는 태어나서부터 '남자다움'을 강요받습니다. 아파도 참고 무서워도 참고 울고 싶어도 참고...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것이 전통적인 남성상에서 요구하는 '남자다움'인데요. 결과적으로 남자들은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자신의 감정도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이 '덜 떨어진!' 남자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여성은 어머니의 마음, 즉 모성을 발휘해야 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남자에게 '사랑'이란 "엄마에 대한 향수이며 애착"이라고 하니까, 말 다 했죠.

 

      오늘날 '좋은 남자'는 '좋은 여자'가 만든다. (...) 둘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부류다. 그러나 좋은 여자는 얼마든지 좋은 남자를 만들 수 있다. 그 첫걸음이 지나치게 자기화시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가 있죠. 이 책의 요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든다는 것이죠. 좋은 여자란 무엇인가. 남성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여자입니다. 좋은 여자는 남자에게 앉아서 오줌 누라는 명령 따위 하지 않지요. 이 책에 대한 서평에 어떤 분은 이렇게 썼더군요. 우리 시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여자가 참아라)하고 똑같더라고. 같은 책인데 그렇게 읽을 수도 있구나, 싶더군요. 글쎄요. 저는 동의하기 힘들고요. 그리고 또, 안 참으면 어떡할 겁니까? 아파도 참고 무서워도 참고 울고 싶어도 참는 남자도 있는데, 조금 참으면 안 됩니까. 참는다는 것은 양보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남자의 본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고요. 남자가 행복해야 여자의 삶도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어요?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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