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산문집이어서 그런가.. 산문에서 운율이 느껴지는건 기분탓인가.ㅎ⠀이 책은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나올법한 책이다. 실제로 두서가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전개되고 있다고 쓰여진 곳도 있었다.⠀어쩌면 책의 제목처럼 ‘나‘란 사람이 싫을때도 좋을때도 이상할때도 있다는 그 복잡미묘함이 글에서도 드러난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솔직한 글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 같다.⠀생각을 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A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Z를 생각하는식의 경험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늘어지는 생각을 다 입밖으로 내거나 글로 옮겨 적지는 않을테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흘려보내질 생각까지도 모두 담아내고 있으니 이처럼 솔직할 수는 없을것 같다.⠀그렇다보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는 동질감까지 느껴졌다.⠀참 따뜻한 책이다.
일단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꼼꼼하게 완독하진 않았다. 이유는 대사 하나하나가 PTSD가 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말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듣고 기분이 나빴기때문에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던 대화글이었다.⠀그래도 몇가지는 내 언어습관 속에도 녹아있는 게 있긴해서 아, 그건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되었지만 대부분은 아, 누가 이 책을 좀 봐야되는데...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그런데 또 반대로는 내가 이 책 속에 나온 언어습관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들었다해도 기분 나쁠필요가 없단 생각도 들었다. 어떤 말의 행간을 잘 파악해서 걸러들으면 되겠다고.. 굳이 사람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쓰지말자고.. 아, 그런 말을 구사하면 슬쩍 이 책을 펼쳐주면 되려나?ㅋㅋㅋ⠀덧) 작가님 필명은 왕고래이신데, 펴낸곳이 웨일(whale)북이라니 재밌네 ㅋㅋ
또, 글쓰기 책을 집어들고 읽었다.⠀여태껏 다양한 글쓰기 책을 읽고 일단 쓰라는 공통적인 조언을 받들어 매일 매일 10줄정도는 쓰고 있었다. 글을 쓰긴 쓰는데, 이렇게 쓰는게 맞나 하는 의심은 여전했는데, 이 책은 최종 목표인 책을 만들려면 공통주제를 갖춘 글 모음이 있어야 할것같은 걱정을 없애 주었다.⠀이 작가님 역시 그냥 일단 매일 쓰기만 하셨다는 게 책에 오롯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고칠글인데 초고에 굳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쓰려는 태도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내 글이 맘에 들지 않고, 글쓰기가 일이 되고 부담이 되기 시작했던 나에게 습관적으로 글쓰는 그 자체의 가치를 알게 해준 책이다.⠀매 챕터마다 숙제처럼 글쓰기 주제 제안을 따라 글을 쓰는것도 이 책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였다. 작가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를것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기도 했다.⠀글쓰기가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려면 역시 매일 끄적이는 수밖엔 없겠지.
각종 기록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 책은 주로 그 순간이 아니면 사라져버릴 무형의 무언가를 ˝글˝이나 ˝사진˝ 같이 다시 들여다볼수 있게끔 남기는 것으로의 기록을 얘기하고 있다. 그 기록이 쌓이면 실제로는 사라져버렸을지 몰라도 기억으로 되살릴수 있다고..⠀모든 팁들이 꼭 시도해볼만한, 꾸준히만 하면 또 하나의 자산이 될만한 내용이어서 몇가지는 바로 실천할 수 있게 세팅을 해 놓았다.⠀책을 다 읽고나니 사실 난 이미 이 기억을 위한 기록행위를 하고 있단걸 발견했다. 바로 ˝수집˝이다. 학창시절 유행처럼 모았던 우표, 중학생때부터 모아온 영화관에서 본 영화의 포스터와 티켓, 연뮤 티켓과 해외 여행지에서 모은 영수증, 팜플렛 등등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오랜시간을 거쳐 모은 이 수집품들을 글로 치환하면 이 또한 나만 가질 수 있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사실 이 북스타그램도 기록이라면 기록일지도..ㅎ⠀이미 내 일상에 어느정도 침범해있는 기록습관을 좀 더 카테고리화 시켜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경주라는 한 여성의 사회생활, 임신으로 인한 결혼, 육아, 친구관계의 변화, 재취업을 위한 노력, 고독과 외로움 등등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대한민국 여성 1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앞서 나열한 책의 설명만으로는 여자로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성토하는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자극적이지 않게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하며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서술한다. 그 감정의 변화 중에는 힘든 것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어느 것을 잃으면 다른 게 찾아오기도 하면서 삶의 방식이, 관계맺는 사람이 변화할뿐이었다.⠀결국 영원한건 없고,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는다는 걸 받아들여야 행복하게 살아낼수 있음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좋았던 시절이 끝나버린거 같아 우울해지더라도 그 우울한 시간도 곧 변할테니까 그저 우선 그 시간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