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첫 대여섯 장만으로살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는데바로 그 서두만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게팁을 전수해 주는 책입니다.구체적인 예시와실제로 자기 작품을 수정할 수 있는연습과제까지 정리되어 있어서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네요.많은 작법서를 읽어봤지만이 책이 특히 좋았던 건건조하게 ”기술“만 알려주는 게 아니고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보여줘서이해가 쏙쏙 되더라구요.소설의 도입부가 얼마나 중요한지체감하게 된 독서였습니다.
조르주 페렉 (1936~1982)조르주 페렉의 출생 연도를 보면 유추할 수 있지만,2차세계대전으로 세계가 혼탁할 때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전장에서,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죽음을 맞이하면서 혼자 남겨지기까지 하죠.그렇게 큰 트라우마를 가진 그의 글을[보통 이하의 것들]이란 제목을 달고엮었다고 하면˝보통 이하˝가 대체 어느 정도일지감도 잡히지 않는데요,책 속에 서술된 ˝보통 이하˝는표면적으로 보기엔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과크게 달라 보이진 않습니다.그가 바라보는 거리를 묘사하고,사람들이 주로 쓰는 엽서의 내용을 관찰하고,자신이 1년 동안 먹은 음식을 나열하고,사무실의 집기를 상세히 묘사하고,그냥 그렇게 그의 주변을 보이는 대로묘사한 글 모음집이거든요.당장 저의 매일을 1분 1초 단위로 묘사해서글을 써본다고 생각해 봅시다.1시간을 다 지켜보기도 전에지루해질 거예요.페렉은 바로 그 지점에 집중했던 거 같습니다.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익숙해져 있는그 일상을 기억하려는 것에요.암울했던 과거에서 벗어나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반복이 쌓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사람을 만들고사람이 문화를 만들고 또 역사를 만드는 거 아닐까요?페렉이 보고 경험한 그 시기, 그 장소에빨려들어갔다 나온 듯한 기분이었던독서였습니다~
웹소 느낌이 나는 제목에 의미심장한 표지까지..평범하지 않아 보이는데요,책을 읽기 시작하면정말 제목 그대로의 상황이 펼쳐져 있습니다.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져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잠이 들어버리게 되는데 ˝자칭˝ 소심한 사람들만 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고,그 소심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첫 챕터를 읽을때만해도아니 상황이 이 지경인데, 걱정만 하고 있으면무슨 소용인가 싶을정도로 답답했던 게 사실입니다.그러나 장을 거듭해가며소심한 사람들끼리 한명 두명 모이니까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겸손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배려하고,사소하고 작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챙겨주는 식으로하나둘씩 공동체가 재창조되어가더라구요.모두가 소심하니까 조금만 적극성을 보여도대단하다고 치켜주다보니까속도는 느리지만, 마음 상하는 사람없이차근차근 일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대범하고 주도적인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는하지 않았을(못했을) 행동을 경험해보기도 하고,소심한 게 꼭 나쁘거나 약한 건 아니라는 걸배우기도 하면서 성장해나가기도 하고요.소위 아포칼립스 상태를 묘사한 스토리에서는갈등이 꼭 들어있기 마련인데,두드러지는 갈등없이 입에 미소를 띄우며끝까지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2024년 첫 게시글을,1월이 거의 끝나가는 때에 올리게 되었네요.연말부터 이어진 정신적 바쁨때문에 늘 책을 들고 다니면서도한장 읽기가 너무 어려웠던 탓에무난하게 속도를 내서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 한권을 읽는데한달가까이 걸리고 말았네요.이 책은 어쩌면, 이런 저의 우여곡절과도 닮아있는거 같네요.일단 이 책은 책 뒷표지에 나와 있듯‘감성 로맨스 초능력 수사극‘ 인데요, 이 4단어의 조합이 시간을 오가며, 각 단어끼리 오가며 (로맨스×초능력, 감성×수사극 이런식으로..)얽히고 설키게 전개가 되거든요.너무 긴 시간을 들여 읽다보니, 같이 수사에 동참한 정도의 에너지를 들인거 같네요.. 들인 에너지에 비해 그 결말은 조금은 허탈했고요...애초에 큰 생각없이 흐르는 대로 읽을 소설로 고른 책이기는 하지만,타이밍이 좋지 않았던걸지도요.그래도 간만에 초능력이 가미된 장르소설을 만나서현실의 고민들을 조금 벗어났던 독서를 할 수 있었네요..
2023년 마지막 책은,[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 이 되었네요.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2023년도가 저에게는 사랑을 많이 생각하고 묵상하게 만들었던 해였다보니,자연스레 손이 갔는지도 모르겠어요.수많은 여성 작가들이 사랑을 말하는 책을 읽다보니,새삼 나 그래도 잘 사랑하고 있구나,사랑 받고 있구나,사랑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구나 를 알게 된 거 같아요.2024년에도 사랑합시다 여러분❤️